여타 장르보다 빠르게 '젊은 피'가 수혈되는 힙합은 늘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다. 자연스레 '힙합신'(힙합계)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의 래퍼들이 주축을 이른다.
최근 국내 젊은 래퍼들은 노랫말 등을 통해 마약·범죄 등을 권장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래퍼들은 젊은이 특유의 저항적 태도로 음악 속 과격한 표현이 논란을 낳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실제 삶에서도 폭력, 범죄 그리고 마약과 적지 않게 연루되고 있다. 특히 명백한 범죄를 사회에 대한 '반항'이나 '자유'로 포장하고 있어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힙합의 주요 소비층에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이런 행태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집행유예 중 또 대마... 반복되는 젊은 래퍼들의 마약 논란
래퍼 김감전(본명 김상민). ⓒ유튜브 채널 '뷰티풀 너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30일 래퍼 김감전(본명 김상민)을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그는 수차례 액상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 미성년 여성과 4차례에 걸쳐 대마를 매매·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김감전은 앞서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2024년 5월 주차장에서 지인과 함께 대마를 피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지만, 같은 해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석방됐다. 당시 함께 대마를 흡연한 지인은 그의 여자친구로 알려졌다.
이처럼 처벌을 받은 뒤에도 유사한 범행이 반복되면서 힙합신 안팎에서는 단순히 한 래퍼의 일탈로만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일부 온라인 반응은 사건의 심각성을 되짚기보다 하나의 '밈'이나 농담처럼 소비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 힙합 전문 커뮤니티 '힙합플레이야'와 디시인사이드 '힙합 갤러리' 등에서는 김감전의 사건을 두고 "김감전답다", "한편으론 정말 대단하다", "이제 김감전 음악 5년 동안 못 듣는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대마 흡연 사실이 알려진 후 래퍼 '김감전'에 대한 일부 여론.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부 반응일 수도 있지만, 범죄와 마약 사건을 가볍게 '소비'하는 모습이라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노랫말에 직접적으로 마약과 도박 등 범죄를 권하는 듯한 표현이 들어가기도 한다. 20대 래퍼 포티몽키(최홍철)가 2025년 2월24일 발표해 인기를 끈 곡 '남자니까'에서는 "남자니까 마약할 수도 있지 뭐", "남자니까 도박할 수도 있지 뭐" 등의 가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실제 포티몽키는 마약 사건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4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보호관찰과 약물치료강의 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앞서 그는 2022년과 2023년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힙합신 내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래퍼 불리 다 바스타드(윤병호)는 과거 유튜브를 통해 "10대들에게 마약이 퍼지게 된 건 솔직히 래퍼들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펜타닐 등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불리 다 바스타드는 중학생 때 마약에 빠졌다가 이후 예방 캠페인에 참여한 전력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이후 재범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마약을 둘러싼 표현과 이미지가 실제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2년 만 20~59세 성인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8%가 '마약'이라는 용어를 식품·상품·콘텐츠 등에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저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힙합을 주로 접하는 청소년들이 텔레그램을 비롯한 새로운 SNS를 빠르게 습득하는 만큼, 마약 관련 정보나 접근 경로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저항'과 '범죄의 미화'는 전혀 다르다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 설치된 야외 무대에서 한 흑인 남성이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늘날 일부 래퍼들이 보여주는 반사회적 행위를 모두 '힙합의 저항정신'으로 설명할 순 없다.
본래 힙합은 1970년대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흑인과 라틴계 청년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리문화에서 출발했다. 당시 브롱크스는 빈곤과 인종차별, 실업, 공공서비스 붕괴 등이 겹친 우범지대였다. 제도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기회를 얻지 못했던 청년들은 음악과 춤, 그래피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와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냈다.
따라서 힙합의 저항정신은 단순히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왜 우리는 가난한가", "왜 경찰과 국가의 폭력은 특정 인종과 계층에 집중되는가", "왜 우리의 언어와 문화는 열등한 것으로 취급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자신의 언어와 창작으로 풀어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사회에서 외면받던 사람들이 창작을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만들어낸 '대안문화'이자 '저항문화'였다.
물론 미국의 힙합 음악에서 마약과 총기, 갱단, 중독, 거리의 폭력도 등장한다. 다만 초기 힙합에서 이들 소재는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마주한 빈곤과 폭력, 마약 문제를 증언하고 현실을 증언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마약을 '멋있게 표현하는 음악'은 힙합 고유의 저항정신을 흉내내는 것을 뿐이며, 힙합을 개척한 선배들에 대한 모욕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