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NC AI 대표이사가 인공지능(AI) 사업의 무게중심을 '피지컬 AI'로 옮기고 있다.
올해 NC AI가 따낸 국책·산업 과제는 대부분 피지컬 AI에 몰려 있다.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신 뒤 거대 AI 모델 경쟁 대신 피지컬 AI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략이 NC AI의 독자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매출 대부분을 모회사 NC에 기대는 구조를 바꾸는 것도 과제다.
이연수 NC AI 대표이사가 인공지능(AI) 사업의 무게중심을 '피지컬 AI'로 옮기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2025년 12월30일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유튜브 갈무리
9월17일 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NC AI가 피지컬 AI 국책사업을 잇달아 따내면서 NC그룹의 AI 사업도 피지컬 AI를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C AI는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추진하는 전북·경남 피지컬 AI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5년간 1조4131억 원이 드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NC AI는 이 사업의 전북 과제에서 무인공장용 AI 모델을 개발한다. 경남 과제에서는 설비와 작업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는 월드모델을 바탕으로 로봇의 동작을 계획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만든다.
올해부터 NC AI는 스스로를 '피지컬 AI 전문 기업'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국가대표 AI 기업'을 수식어로 내세우던 회사다.
노선이 수정된 것은 독파모 탈락 이후부터다.
NC AI는 2025년 8월 독파모 5개 정예팀에 뽑혀 범용 거대 AI 모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1차 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탈락 직후 이 대표는 추가 공모에 도전하지 않겠다며 "산업특화 AI와 피지컬 AI 등 저희가 가진 장점을 발휘해서 국가 산업군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직후인 2월 NC AI는 53개 기관이 참여하는 'K-피지컬AI 얼라이언스'를 꾸리며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당시 "'피지컬AI 글로벌 1위'라는 단일 목표를 위해 모인 역대급 연합군"이라고 강조했다.
거대 모델의 규모 경쟁에서 물러나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한 결과인 셈이다. 2025년 2월 엔씨에서 분사한 NC AI는 그동안 3D 생성 AI '바르코 3D', 음성 AI '바르코 보이스' 등을 앞세운 콘텐츠 AI 회사에 가까웠다.
게임 속 가상세계를 만들며 쌓은 기술은 로봇을 가상공간에서 훈련시키는 피지컬 AI와 뿌리가 같다는 것이 NC AI의 설명이다. 게임 제작용으로 만든 바르코 3D도 이제 공장을 가상공간에 옮기는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의 방향 전환은 일단 국책 과제 성과에서 나타났다. NC AI가 올해 발표한 국책·산업 과제 수주 6건 가운데 4건이 피지컬 AI 과제다.
이 과제들에서 NC AI는 현대로템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 과제를 따내 무인 로봇을 가상 전장에서 훈련시키는 월드모델 개발을 총괄한다. 한화오션에서는 불꽃과 분진 속에서도 용접선을 찾아내는 로봇 AI 개발을 맡았다. LG전자 컨소시엄의 휴머노이드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포스코DX와는 로봇 AI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수익화가 더디다는 점이다. NC AI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NC AI는 분사 첫해인 2025년 매출 298억 원, 영업이익 50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매출의 95%인 284억 원이 모회사 NC에서 나왔다.
국책과제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전북·경남 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 민간부담금을 합친 금액으로 150여 개 기관이 나눠 쓴다. NC AI에 돌아가는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의 월드모델 개발 과제 주관 경쟁에서는 LG전자 컨소시엄에 밀리기도 했다.
정부 과제에 참여해 기술을 인정받는 단계를 넘어, 외부 기업 고객으로부터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사업을 키워야 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피지컬 AI를 통한 제조 경쟁력 강화는 국내 산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가상환경에서 학습한 AI를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