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제도적 안착을 맡기기 위해 지명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임명을 둘러싸고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는 중도층에서 임명 반대 여론이 높다. 여기에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핵심 지지층에서 비토 여론이 강하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두 후보자 모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정 지지율 반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민주당은 전날 김 후보자에 대해 '적격'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만큼 보고서 채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충분히 소명됐고 결정적인 낙마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이후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은 전날인 1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청문장에서) 제가 모르는 새로운 팩트가 나오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김 후보자가 언론에 난 것에 비해 훨씬 더 차분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 면이 국민들 마음에 와 닿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고 임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기소유예 나왔던 사안을 이거 붙이고 저거 붙이고 짜깁기하면서 사실은 정치공세를 했는데 그거 이상으로 진행된 사안이 없다"며 "공소청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지금 흐트러져 있는 법무부를 잘 추스러내는 부분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임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문제는 김 후보자를 두고 민주당과 실제 여론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김 후보자 의혹에 대해 방어에 나서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정치검사 행태를 비판하는 등 역공에 나셨지만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국민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한동훈 의원과 야당이 공격하는 것처럼 '독약 로비' 실체가 있지는 않지만 국민 정서에 좋게 보일 리는 없다"며 "김 후보자가 지금 받고 있는 의혹이나 비판에 대해서는 미숙했던 처신도 있었던 것이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자 임명 '반대'가 '찬성'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SOI가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1%로 찬성(25.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중도층에서 '반대'가 56.2%로 집계됐다. 1주일 전에 나온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김 후보자 인선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47%로 '잘한 인선'(2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는데 여론이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KSOI는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50%를 넘고 있어 최종 임명 여부가 국정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최저치로 하락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중도층의 높은 반대 여론은 향후 국정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연합뉴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를 둘러싼 여론의 흐름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는 다르다. 여권 내부의 검찰개혁 원칙론자들로부터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핵심 지지층이 김지용 후보자 임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은 김지용 후보자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SOI 조사를 보면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을 두고 40대(찬성 21.5%, 반대 42.5%)와 50대(찬성 26.1%, 반대 42.9%) 진보층(찬성 29.7%, 반대 35.4%)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더 높았다.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수사·기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신설되는 중수청 초대 청장으로 검찰 출신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다. 여기에 김 후보자가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했었다는 점,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한 고위 라인에 있었다는 이력 등이 검찰개혁에 의지가 있는 인물인지를 의심케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자를 향해 "대검 감찰1과장 등 검찰 간부로 재직시 법보다 조직 논리를 앞세워 법률상 의무인 감찰과 수사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데, 중수청장이 되면 법률을 준수할 수 있겠는가"라며 "채널A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수사 시, 일관된 입장을 어떻게 밝혔고,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엄호에 나섰다.
중수청 개청준비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브리핑을 열어 "수사 전문성, 공정성과 중립성, 그리고 조직관리 역량을 갖춘 김 후보자를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검수완박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 분리 취지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범죄피해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한동훈 무소속 의원 수사과정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전 검사 사건에 대해 "후보자가 당시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재직하면서 해당 기소의 지휘라인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후보자가 부임했을 땐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후보자는 참모의 입장에서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으며 기소의 최종 결정권자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통적 핵심 지지층이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김지용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탈한 핵심 지지층을 다시 끌어오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에 긍정적 의견을 밝혔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임명 반대로 돌아섰다.
박 의원은 16일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김 후보자의) 행적을 보니까 (중수청장으로서) 적당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많은 행적이 안 좋던데 꼭 그런 사람이 중수청장이 돼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청와대에서 만약 임명 취소를 하지 못해 국회로 넘어오면 부결시키자고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두 명의 인사는 이 대통령에게 서로 다른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특히 오는 18일 예정된 이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인사 문제가 주요 정치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방향과 두 후보자의 인선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된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KSOI가 지난 14일과 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