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석유 수급이 악화되고 있는, 정유업계에는 좋은 이 상황 속에서 HD현대오일뱅크는 경쟁사 대비 정제 용량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러나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은 '설비 고도화율'을 무기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정유업계 최고 수준의 원유 조달처 다변화로 중동 원유 공급 차질이라는 악재에도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다고 평가된다.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이 '설비 고도화율'을 바탕으로 부족한 정제 능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업계 최고 설비 고도화율로 수익성 확보
17일 정유와 증권업계 등을 종합하면 HD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석유 부족 국면에서 경쟁 정유 기업 대비 정제 규모가 떨어지지만 높은 설비 고도화율로 수익성은 오히려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정유화학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혼란으로 '원유를 석유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환 능력에는 설비 사양과 원료 전환 유연성이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 기업 주요 4곳(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GS칼텍스·SK이노베이션) 가운데 뛰어난 설비 사양을 갖췄다고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상압증류시설(CDU) 대비 중질유 분해시설 비중을 뜻하는 설비 고도화율은 2025년 말 기준 HD현대오일뱅크가 41.7%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에쓰오일은 39.1%, GS칼텍스는 34.4%, SK이노베이션은 18.6%였다.
상압증류시설은 원유가 처음 분리되는 곳이다. 가열된 원유의 끓는 점 차이를 활용해 나프타, 경유, 휘발유, 벙커씨유, 잔사유 등으로 분리한다. 이 상압증류공정으로 나온 벙커씨유 등 저부가가치 중질유를 다시 정제해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가 중질유 분해시설이다. 수익성이 뛰어나 정유업계에서는 ‘지상유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에 관해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3월 HD현대 분석 보고서에서 "고도화율이 정유사 수익성에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된 지 오래"라며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 기업들의 실적 발표 자료를 종합하면 2분기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9.2%, 8.5%, 15.3%, 9.8% 였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관련 자회사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만 계산했다.
◆ 조달처 다변화로 위기에도 강하지만, 정제 능력은 부족
HD현대오일뱅크는 다변화한 원유 조달처로 원료 전환 유연성 역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기본적으로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데, HD현대오일뱅크는 이 비중이 50% 초중반 정도로 제일 낮기 때문이다. 경쟁사 가운데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고정비가 큰 정유 산업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원유를 정상적으로 수급 받아 공장을 제 때 돌리는 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라며 "요즘 중동처럼 특정 지역에서의 조달이 문제가 생겼을 때, HD현대오일뱅크는 10여개 국가로 다변화해 놓은 공급망으로 공장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 수급 상황이 악화되며 HD현대오일뱅크는 긍정적 상황에 놓였다. 다만 경쟁사보다 정제 용량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평가된다.
17일 블룸버그와 악시오스 등을 종합하면 존 튠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15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경유 수출 금지에 관해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미국 내 경유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유 가격 급등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 국영 석유 공급업체의 휘발유 재고는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정유업체의 석유 수출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정유업체들은 높은 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만 석유 수출을 재개하거나 늘릴 수 있도록 허용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HD현대오일뱅크의 정제 능력은 52만 BPSD로 정유 4사 가운데 제일 적었다. SK이노베이션은 121만5천 BPSD, GS칼텍스는 80만 BPSD, 에쓰오일은 66만9천 BPSD였다. BPSD는 연간 원유 정제량을 가동일수로 나눈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