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캐나다에게 역사상 최초로 유럽연합 '준회원국'(associate membership) 지위를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캐나다 편입 발언, 미국의 안보 지원 축소로 유럽과 캐나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웃기는 일"이라며 고관세 경고로 맞섰다. 또한 준회원국이라는 지위 자체가 전례가 없는 만큼 양측의 구상이 실제 합의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사진 왼쪽)이 16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연례정책연설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례정책연설에서 "캐나다가 유럽연합의 첫 번째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문을 여는 데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누구에 대항하는 파트너십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이에 대해 "캐나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건 웃기는 일"이라며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것이 선의라면 괜찮지만 악의로 판단된다면 유럽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경고했다.
만약 유럽연합(27개 회원국)과 캐나다가 하나의 경제블럭이 된다면, 인구 4억9천만 명의 인구의 거대 시장이 될 뿐 아니라 전 세계 10대 경제 대국 가운데 4곳이 한 묶음으로 묶이기 된다. 글로벌 정치, 경제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울 수밖에 없다.
캐나다에 대한 유럽연합의 준회원국 제안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발언한 데다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관세 압박이 고조됐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유럽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왔다.
또한 미국이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면서 유럽연합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군사력과 방산 역량을 갖춘 캐나다와의 협력을 통해 유럽의 안보 역량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가 유럽연합의 준회원국이 된다면 첨단 제조업, 북극개발, 에너지, 인공지능, 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럽연합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캐나다는 유럽투자은행(EIB)의 자금 지원을 확보할 수 있어 캐나다의 핵심 광물 분야에서 EIB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캐나다가 유럽연합의 '준회원국'이 되는 데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지금껏 유럽연합에서 준회원국의 지위를 부여받은 전례가 없고 이에 대한 법적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가입 절차나 승인 방식, 또는 캐나다가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등의 세부적인 사항이 불분명하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이 오는 10월 정상회담을 가지는 만큼 구체적 시행 방안을 합의해 발표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영국, 노르웨이처럼 유럽연합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비회원국들은 물론 알바니아와 같은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들에게 불공정한 처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식 가입 절차를 밟지 않고도 유럽연합 단일시장에 더욱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캐나다에게 특별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