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AI 규제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면서 백악관 참모들도 찬반 두 진영으로 나뉘고 있다.
미국의 AI 정책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혼선을 빚고 있다.
데이비드 삭스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의장이 2026년 9월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 장관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 안팎을 막론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AI 참모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AI 산업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논의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반면 데이비드 삭스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의장 등은 규제를 최소화하는 신중한 접근을 주장해왔다.
백악관 참모들 사이 의견 분열을 보이는 대표적인 예시는 삭스 공동의장이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AI 모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심의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철회하도록 한 일이다. 베선트 장관과 와일스 비서실장 등 고위 행정부 관리들은 당황하며 불만을 나타냈고, 이들의 강한 요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당해 12월 당초 안보다 완화된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소식통들은 앤트로픽이 올해 4월 강력한 AI 모델 ‘미토스’를 사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부 분열이 더욱 심화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이 미토스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토스가 행정부 내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며칠 동안 관련 논의가 밤낮없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7월에 오픈AI가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를 동원해 오픈소스 AI 플랫폼 기업인 ‘허깅페이스’를 해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백악관 내부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AI 모델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데미스 하사비스 수석과학자는 7월부터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금융산업규제국(FINRA)과 비슷한 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해왔다. 업계가 자금을 대고 AI 관련 기준을 마련해 피해를 예방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 제안을 지지했다. 반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xAI CEO는 기구 구성원을 선정하는 방식과 오픈AI·앤트로픽·구글에 권한이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 등은 트럼프 대통령을 개별적으로 만나 우려를 전달하고, AI 규제와 관련해 현 행정부가 보다 완화된 접근을 취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구 설립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백악관 내부 일부 인사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지금까지는 AI 규제에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참모들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개발을 가속화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참모들은 이러한 정책 기조가 대중의 뜻과 동떨어진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미국인의 대다수가 자신이 사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끔찍한 음모가 진행 중이다”라고 적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추진이 시작됐다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상황이 업계 임원과 전문가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2년째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AI 정책의 방향이 지나치게 자주 바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기술 관리법 관련한 싱크탱크 미래생명연구소의 국가안보정책 책임자 함자 차우드리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 행정부는 여전히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