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8억 달러(한화 약 3조7천억 원) 규모로 추진하는 이번 무기판매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가자지구 등 7개 전선에서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이 탄약 재고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폭탄이 과거 가자지구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대규모로 사용된 전례가 있어, 미국 워싱턴 정치권 안팎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번 무기 거래를 두고, 정치지형이 바뀌기 전에 이스라엘의 무기고를 서둘러 채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이스라엘, 폭탄 6만 발 어디에 쓸까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폭탄 거래에는 Mk-84와 BLU-117 폭탄 각 2만 발, 그리고 콘크리트나 암반을 뚫고 들어가 지연된 뒤 폭발하는 I-2000 침투탄두 2만 발이 포함된다.
Mk-84와 BLU-117은 지상에서 폭발되면 반경 300m까지 파편을 날리고, 깊이 15m에 이르는 폭발 구덩이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이스라엘이 이만큼 큰 폭탄을 원하는 이유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지하에 구축한 터널망을 파괴하는 데 이만한 화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직 이스라엘 공군 사령관은 1톤 폭탄 4만 발을 '완전한 공급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스 야들린 전 공군 부사령관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방어 교리는 원래 단기전을 전제로 했지만, 지난 3년간 장기전으로 끌려 들어갔다"며 "장기전 전략을 이어가려면 더 많은 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2023년 '전쟁범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폭탄들이 실제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23년 12월 보도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전쟁 개전 첫 6주간 민간인 안전지대로 지정했던 지역을 포함해 1톤 폭탄을 상습적으로 사용했으며, 폭 12m 이상의 폭발 구덩이 208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베트남전 이후 도심 전투에서 이런 대형 폭탄 사용을 자제해왔지만, 이스라엘은 훨씬 자주 의존해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런 배경 속에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16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 폭탄들이 미국 및 국제법에 따라, 민간인 보호 장치를 갖춰 사용될 것이라는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번 판매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구속력 있는 조치가 아니라 국무부의 비공식 사전 통보 절차에서 관례적으로 인정되는 '보류' 신호여서,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절차를 강행할 수 있다.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판매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세력이 향후 두 나라의 의회구성 변화와 2028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군사지원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이른바 '선제적 집중투입'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시 와인버그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INSS)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워싱턴의 많은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이스라엘을 향한 군사지원을 선제적으로 집중 투입하려고 한다"며 "다음 의회 구성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2028년 대선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