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한 외화자산 위탁운용 방식을 규모 확대에서 운용 역량 강화 중심으로 바꾼다. 2012년 위탁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정책 목표를 '양적 기반 조성'에서 '질적 역량 강화'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번 방식 변경은 민간의 해외투자가 자생력을 갖춘 만큼, 남은 과제인 고난도 운용 역량 확충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변경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운용이 쉬운 해외주식 패시브 위탁을 줄이고, 그 재원을 난이도가 높은 채권 전략으로 옮기는 것이다. 특히 기존 '미국 종합채권' 전략을 투자 대상이 대폭 넓어진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변경 사항이다.
한국은행이 국내 운용사들의 위탁운용 방식을 규모 확대에서 운용 역량 강화로 변경한다. ⓒ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위탁운용 포트폴리오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한국은행은 2012년 중국 주식 운용을 국내 자산운용사에 처음 위탁했다. 이후 2019년 선진국 주식, 2022년 미국 종합채권으로 위탁 부문을 넓혔다. 위탁 규모도 2012년 1억 달러에서 2025년 말 32억1천만 달러로 늘었다. 위탁 운용사는 2개 회사에서 5개 회사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민간의 해외 주식투자가 급증하면서 초기 정책 목표였던 양적 기반 조성이 상당 수준 달성됐다고 판단했따.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해외투자 주식펀드 순자산은 2020년 27조7천억 원에서 2026년 6월 163조 원으로 불었다. 이 가운데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은행은 현재 위탁 중인 해외주식 펀드는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방식에 가까워 고도의 운용 역량을 쌓기 어렵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줄어든 선진국 주식 패시브 위탁을 축소하고 채권 위탁을 확대하기로 한 배경이다. 다만 이번 비중 조정은 외화자산 전체 자산배분 체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주식·채권 비중에는 변동이 없다.
한국은행은 새로 도입하는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을 두고는 기존 미국 채권 전략과 비교해 운용 난도가 한층 높을 것으로 바라봤다. 미국 종합채권 전략이 미국 1개 국가의 약 1만 개 종목을 다루는 반면 글로벌 종합채권은 28개 국가, 약 3만 개 종목을 대상으로 하기 떄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전략은 다수 국가와 통화권의 채권을 동시에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거시경제 분석 역량과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이 전략을 통해 국내 운용사가 해외 운용사와 직접 비교·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채권 거래 중개 역량 제고 효과도 예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의 안착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질적 성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