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개각 정국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허프포스트
인사청문 위원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자료의 입수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한동훈-정치검찰' 유착 행태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여권 의원들의 질의에 호응하면서 청문회는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 방지와 한 의원에 대한 수사 필요성에 대한 주장으로 채워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2021년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관련 민원과 양수진씨와의 관계, 주식거래 및 후원금 의혹 등을 따졌지만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이미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의 장기간 수사를 거쳤음에도 범죄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직무수행 능력 검증 못지 않게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최근 공개한 검찰 수사자료의 유출 경위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11명의 검사가 동원돼 수년 간 수사해 종결된 사건을 두고 한 의원이 다시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 의원이 입수한 수사계획서는 검찰 내부에서 제공하지 않으면 절대로 공개될 수 없는 자료라고 강조하며 김 후보자를 향해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반드시 자료 유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한동훈 의원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검찰이 2년 가까이 이미 수사해 처분도 끝났고, 아무런 새로운 사실도 없이 5년 전 종결된 사건을 마치 새로운 사실을 찾아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특히나 한 의원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한테 보낸 문자까지 공개했는데 사인의 문자를 한 의원이 어떻게 취득했는지 의심가는 부분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은 저도 수사기록을 달라고 했을 때 검찰에서 주지 않았는데 그런 수사기록이 어떻게 한 의원에게 흘러갔는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고 그 부분은 꼭 밝혀야 된다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한 의원이) 최근에 무슨 공익제보자 운운하고 있던데 공익제보자라는 조모씨도 후보자와 관련된 대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를 보관도 하지 않고 있고, 또 한 의원한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조차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며 "특히나 기소계획서 같은 경우에는 이진숙 법무부차관이 밝힌 것과 같이 검찰 내부의 보고자료로서 수사기관 이외에 변호인이나 피고인, 당사자 역시도 전혀 열람할 수 없는 기록인데 그런 내용이 유출됐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검사들이 그만두고 나갈 때 검사 시절 자료를 가지고 나와 마치 자신의 자산처럼 활용했다는 얘기들이 들린다며 김 후보자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도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가 떠올랐다며 검사의 피의사실 공표도 강도 높게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정말 해서는 안 될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서 끊임없이 대상자를 악마화하고 그렇게 해서 수사 목적을 달성했던 못된 구태 잘 아시지 않는가"라며 "후보자께서도 청문회 준비기간 내내 꼭 검찰을 개혁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이 드셨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저는 지금 기소유예 상태이기 때문에 공소제기 전인데 저에 대한 피의사실을 말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에 정확히 해당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쪼개기 기소를 포함해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다면 한 의원에 대한 법률적 조치와 수사를 시작할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한동훈 의원의 녹취록 짜깁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한 의원과 같은 행태가 오히려 국회의 인사 검증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검사들이 수사에 관련된 사항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여론 재판을 받게끔 만드는 과정을 국민들이 알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청문회까지 오는 과정에서 너무 왜곡된 녹취록, 심지어 시간 순서가 바뀐 부분을 보고는 좀 많이 놀랐다"며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검증의 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 의원을 비판했다.
손 의원은 "판사도 보기 어려운 검찰 내부 자료인 기소계획서가 한 의원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언론에 보도가 됐다"며 "한 의원의 행태를 보면서 검사들이 이런 식으로 수사기록을 빼내 언론으로 유출을 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해왔구나라는 걸 국민들께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질의를 하며 띄운 자료화면. ⓒ허프포스트
국민의힘은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신약 개발 업체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허위 자료가 제출되고 부작용 관련 내용이 누락된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며 김 후보자가 관련 의혹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후보자가 지금 개입했다고 하는 그 브로커 양수진씨의 인간임상시험 병원에 5개가 참여를 했는데 임상시험 한 내용을 가지고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며 "판결문을 보면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누락돼 있는 자료를 제출하고 마치 정상적인 방법으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것처럼 자료를 제출해 유죄 선고가 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보자와 양씨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후보자 본인이 국회의원으로 있는 한 끝까지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말이 나온다"며 "양씨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들 보면 송영길, 최재성, 김승원, 신현영이 나오는 민주당 '독약 게이트'로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한데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법무부장관을 하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후보자는 "곽 의원의 논리는 정치검찰의 논리"라며 "말씀하신 그 부분을 수사 안 했을 거 같은가, 다 했다. 윤석열과 한동훈 검찰 아래서 얼마나 많이 털었겠느냐"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제가 양씨로부터 들은 내용은 식약처에서 임상 승인과 관련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다국적 기업이 국내 업체에 이런 치료제 개발을 방해해 지연되고 있으니 왜 지연되는지 또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라는 요청"이라며 "딱 한 번 전화하고 그 민원을 그대로 전달했고 그 뒤에 임상 승인이 어떻게 됐다라든가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문자를 보낸 뒤 임상시험이 허용되고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폭락한 사실을 지적하며 김 후보자에게도 주가조작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직접 주가조작을 알았거나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민원 전달 이후 임상시험 허가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특정 세력의 주식거래가 이어졌다면 결과적으로 후보자의 행위가 주가조작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세종메디칼의 주가가 폭등했다가 폭락한 것은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라며 "그러면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빨리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문자 한 통 한 것밖에 없다라고 얘기해도 주가조작이 일어났으면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저는 문과이고 그 치료제에 대한 성능이라는 것은 알 수가 없다"라며 "제가 주가조작을 알았다면 기소돼서 영장이 청구되거나 재판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 배우자가 운영한 발달장애인 관련 사회적협동조합을 둘러싼 공방도 펼쳐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 배우자가 수원시청 관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공모 절차 등을 무시하고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취지의 녹취가 있다며 "가족들이 빼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협동조합의 특혜 논란을 해명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저희 아들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스무살 서른살이 돼도 계속 돌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득을 위해서 돈벌이로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특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내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봤는데, 이 아이들의 부모님이 나중에 돌아가시게 되면, 혹은 우리 아내도 나중에 힘이 없거나 죽게 되면 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으로 저희 아들에게 그 일을 맡겼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