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인선 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을 잇달아 비난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추 지사와 조 원장를 '내부 배신자'로 낙인 찍으려는 모습이다. 여권 내부의 대통령 비판은 '대통령 흔들기'일까, '충정어린 간언'일까.
김민석 국무총리(앞줄 왼쪽 세 번째)가 6월1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당선자 간담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왼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전날 김민석 대표와 추미애 지사 사이 '신경전'에 다른 범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가세하며 전선이 더욱 넓어졌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쪽에서는 추 지사의 발언을 '대통령 흔들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개혁파와 조국혁신당에서는 검찰개혁 후퇴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억누르는 것 아니냐는 반발했다.
갈등은 추 지사의 이 대통령 직격이 직접적 발단이 됐다. 추 지사는 12일 경기 남양주시 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2026년 경기도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에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두고 "한동훈과 한배를 탔던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을 향해 "왜 이들 세력에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도 같은 날 엑스(X, 옛 트위터)에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을 초래하는 것을 필히 경계해야 한다"고 적었다. 추 지사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추 지사를 비롯한 여권 내 개혁파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전날인 14일 '민티07'에 출연해 여권 내부의 대통령 비판을 두고 노무현 정부 초기 안팎의 세력이 힘을 합쳐 탄핵으로 향했던 "전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추 지사의 발언에는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나 도지사의 발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직접 설명도 요구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추 지사가 동참했던 과거까지 소환되면서 사실상 추 지사를 향한 강한 경고로 보낸 셈이다.
그러자 조국 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소환한 것을 두고 "'이재명 탄핵'이라는 관념이 유포돼 버린다"며 이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다시 '민티07'에서 조 원장을 향해 "쓸데없는 무의미한, 과한 걱정"이라며 "걱정을 위장한 흔들기"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은 순식간에 '대통령 흔들기'를 둘러싼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추 지사와 김 대표의 충돌에 조 원장까지 뛰어들면서 갈등도 민주당 내부를 넘어 범여권 전체로 확산됐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4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여권 내부 갈등이 확산하는 근본적 원인은 이 대통령이 김지용 변호사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한 일이 꼽힌다.
김 후보자는 검찰 재직 당시 민주당이 추진한 수사·기소 분리에 비판적 입장을 밝혔고,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반대하는 검사장급 간부들의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범여권에서는 지명 직후부터 반발이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자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동의하는지, 입장이 바뀌었다면 언제 왜 바뀌었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며 인사 재고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도 9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 후보자 지명과 공소청 직제안을 겨냥해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개명'"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 인선이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범여권 내부 기류를 보면 추 지사의 문제 제기는 점차 세를 확장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후보자의 검찰 재직 시절 행적과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전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 검찰개혁에 반대했던 사람이 중수청장으로 오는 게 맞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심사숙고가 있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왼쪽부터)·이재명·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7월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청와대도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에 들어갔다. 당초 국회에 제출하려던 인사청문요청서도 미뤄졌다. 여권의 일각의 반발이 실제 인사 절차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