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독립 성향 정당 지도자들이 영국 카디프에 모여 자결권을 요구하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일랜드 통일지지 발언과 북아일랜드 연립정부 내분까지 겹치면서 영국 내부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다만 실제 영국연방 해체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맨 왼쪽부터), 룬 압 이오르워스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 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 ⓒ AP통신/연합뉴스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 겸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룬 압 이오르워스 플라이드 컴리당 대표 겸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 미셸 오닐 신페인당(구교·아일랜드 민족주의 계열) 부대표 겸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 등 3개 정당 대표는 14일(현지시각) 웨일스 카디프에서 자결권과 독립투표 권한을 요구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텔레그래프와 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이 전했다.
'독립연대' 선언, 왜 하필 지금인가
이번 독립연대 서명이 나온 직접적 배경에는 최근 몇 주간 영국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독립투표 공방이 있다.
올해 7월 취임한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스위니 스코틀랜드 수반에게 스코틀랜드의 2차 독립투표는 '논외'라고 못박아왔다.
그런데 버넘 총리는 올해 9월 초 정례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국경투표는 명확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여론이 그 요구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바뀌었을 때 북아일랜드장관이 고려할 사안이며 스코틀랜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스위니 수반 측은 이를 두고 "영국 정부입장의 큰 변화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영국 총리실은 곧바로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번 독립연대 선언은 독립투표 요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독립진영 지도자들이 개별협상 대신 3개 지역이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결정적 변수가 하나 더 얹어졌다.
카디프 회동 이틀 전인 9월12일 아일랜드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헬 마틴 아일랜드 총리 옆에서 "하나된 아일랜드를 보고 싶다"며 "결국엔 그렇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관례적으로 북아일랜드 문제에서 중립을 지켜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배치되는 파격적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오닐 북아일랜드 수반은 이 발언을 두고 "논쟁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며 반색했다.
반면 영국 총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여론의 명확한 다수 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 국민투표는 없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미헬 마틴 아일랜드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통신=연합뉴스
그러나 독립 문턱은 여전히 높다
독립 연대 선언이 나왔지만 실제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법적으로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독립은 중앙정부의 벽을 넘어야 한다. 2022년 영국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영국 중앙정부 동의 없이는 독립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아일랜드도 굿프라이데이협정에 따라 영국 중앙정부의 북아일랜드 담당장관이 "다수가 통일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만 국경투표가 열린다. 하지만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해 사실상 영국 중앙정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오히려 예상보다 더 큰 파장은 북아일랜드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북아일랜드는 1998년 협정에 따라 신교(연합주의·통일당 계열)와 구교(민족주의·신페인당 계열) 양대 세력이 동등한 권한으로 정부를 함께 이끄는 '권력분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신페인당 소속 오닐 수반이 통일당(DUP) 소속 에마 리틀펜젤리 북아일랜드 부수반의 동의 없이 카디프에 참석해 서명했다. 이에 리틀펜젤리 부수반은 "오닐 수반에게 이동·참석·서명에 대한 어떤 동의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중요한 일은 완전히 공동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페인당 측은 뒤늦게 오닐 수반이 정부 수반이 아닌 정당 대표 자격으로 서명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이 해프닝은 카디프 선언이 정부 간 공식 합의가 아니라 정당 차원의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