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제조·과학·금융 분야에서 산업 현장의 난제를 푸는 '전문가 AI(인공지능)'를 공개했다. 범용 AI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각 산업의 전문 지식과 현장 데이터를 익힌 AI로 실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과학 분야에서는 24시간 스스로 실험하고 학습하는 'AI 자율실험실'을 처음 선보였다. AI가 실험을 설계하면 로봇이 실행하고, 그 결과를 AI가 다시 학습해 다음 실험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LG의 AI 개발 전략이 어디를 향하는지 분명히 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AGI(범용인공지능)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를 두고 겨루기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 충분히 똑똑한 AI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LG AI연구원이 제조·과학·금융 분야에서 산업 현장의 난제를 푸는 '전문가 AI(인공지능)'를 공개했다. 사진은 9월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LG AI연구원 관계자들이 질문에 답하는 모습. ⓒ허프포스트코리아
LG AI연구원은 9월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6'을 열고,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에 특화된 전문가 AI 사례를 소개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좋은 AI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풀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G AI연구원의 미션"이라며 "산업 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와 단 1%의 예외까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이 전문가 AI에 집중하는 것은 범용 모델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범용 AI는 폭넓은 질문에 답할 수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려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와 전문가들이 쌓은 노하우까지 이해해야 한다. 이에 LG AI연구원은 현장에서 문제를 풀며 만든 도메인 특화 모델을 다시 파운데이션 모델로 만들어, 다른 공정과 산업에 빠르게 옮겨 쓰는 방식을 택했다.
제조 분야에서 이 방식으로 나온 모델이 표 형태의 정형 데이터를 읽고 예측하는 '엑사원 태뷸러'와, 재학습 없이 제품 외관을 검사하는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다.
엑사원 태뷸러를 먼저 도입한 LG이노텍의 유정선 AX담당은 "기존에는 모델을 재학습하는 데 최소 14일, 300시간 이상의 공정 데이터가 필요했다"며 "엑사원 태뷸러는 50시간 안에 바뀐 조건을 반영해 대응 리드타임을 85%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과학 분야에서는 이날 처음 공개된 AI 자율실험실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AI 자율실험실에서는 소재 개발 AI가 물질의 합성 결과를 예측하면 로봇 팔과 자동화 장비가 실제 실험을 한다. 이후 AI가 그 결과를 다시 학습해 다음 실험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자율실험실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박제섭 LG화학 R&D AX추진팀장은 "단순 실험 자동화는 사람이 정한 절차를 로봇이 반복하는 데 가깝다"며 "자율실험실은 AI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실험 조건을 스스로 제안하고 선택해 설계·실행·측정·학습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세희 LG AI연구원 MI랩장은 "화학 물질의 세계는 우주만큼 넓다고 하지만 인간이 경험한 소재 영역은 생각보다 좁다"며 "24시간 쉬지 않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해 미지의 화학 지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AGI 경쟁과 LG의 전문가 AI 전략이 어떻게 다른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글로벌 빅테크조차 현장과 AI 기술을 접목하기 쉽지 않다"며, LG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현장에서 실제 가치를 만든다는 점을 전문가 AI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LG가 지향하는 AGI에 관해서는 "다양한 업무 현장에서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AI"라고 설명했다.
이홍락 공동 연구원장은 "LG는 글로벌 최초로 가장 똑똑한 범용 모델을 만들겠다는 관점보다, 비용 효율적으로 충분히 똑똑한 모델을 만들어 원하는 용도에 잘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일각에서 나오는 'AI 감속론'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빅테크 내부에서 개발 속도를 줄인다는 증거는 아직 나온 게 없다"며 "연산량이나 연구개발은 가속했으면 했지 감속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AI 개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중국 오픈 모델들이 언제까지 계속 풀릴지 알 수 없고, AI 역량이 강해져 사이버 보안 등 부작용이 커지면 오픈 모델 공개가 크게 제약받을 수 있다"며 "한국이 AI 개발에 투자해야 할 당위성이 있고, 이는 국방 등 국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