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철도 당국은 공격받은 열차 직전에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이 탄 외교 열차가 지나갔다며, 이들이 실제 공격 목표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존슨 전 총리는 개전 초기부터 이번 전쟁을 강하게 부추겼던 인물이다. 이에 이번 공격은 대단한 우연일 수도 있고, 러시아의 목표 타격이 아슬아슬 빗나간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총리.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야호딘역 인근에서 러시아 드론이 여객열차 기관차를 완파했다고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 우크르잘리즈니치아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와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여러 유럽연합 회원국 안보 자문위원들을 태운 외교 열차가 예정보다 일찍 야호딘역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격이 발생했다.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이 탄 또 다른 열차는 러시아의 공격 당시 야호딘역에 정차해 있었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 측은 "러시아 드론의 목표가 외교 열차였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안보 콘퍼런스 참석을 마치고 폴란드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존슨 전 총리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아침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슨 비틀린 논리로 폴란드 국경에 정차해 있던 우크라이나 기관차를 폭파했는지 모르겠다"며 "이것이 우크라이나인들이 민간 철도에서조차 매일 겪고 있는 무차별적 공격이다"고 적었다.
이번 공격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러시아 입장에서 특별한 '표적성'을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다.
존슨 전 총리는 2022년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포기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는 2022년 5월, 존슨 전 총리가 같은 해 4월 전격적으로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스탄불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와 중립화를 조건으로 러시아군 철수에 합의하는 방안까지 논의를 진전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아 자하로바 당시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존슨 총리가 협상 이후 키이우에 어떤 협정에도 서명하지 말고 전쟁을 계속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우크라이나 집권당 원내대표 다비드 아라하미아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존슨 전 총리는 이를 "완전한 거짓이자 러시아의 선전일 뿐"이라며 부인했고,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지난해 가디언 인터뷰에서 협상결렬 책임을 존슨 전 총리에게 돌리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한편 이날 벌어진 야간 공습에는 450대 이상의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이 동원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6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주요 전투가 벌어지는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반대편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서부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지대까지 공격이 확대되면서 폴란드에서도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테러가 유럽연합과 NATO의 문을 직접 두드리는 격이다"고 비판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비상회의를 열어 앞으로 몇 주간 러시아의 공격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