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기록적 폭염이 서유럽에서 이어졌다. 아시아 에어컨 제조사들은 이에 서유럽 제품 라인을 확장하는 등 유럽 공략에 나섰다.
한 선박이 2026년 8월20일 독일 서부 뒤셀도르프에서 이례적인 폭염으로 일부 말라붙은 라인강 강바닥을 지나가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14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한국의 LG전자, 일본의 다이킨, 중국의 마이디어 등 아시아 에어컨 제조업체들이 유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추운 겨울을 고려해 열을 보존하도록 주택을 지었고, 고령화로 인해 열사병에 취약한 고령자가 많아 더위 대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6~7월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는 선풍기와 에어컨 모델이 다수 품절됐고, 일부 브랜드는 2027년 봄까지 재고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가정의 20% 미만만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6월30일 기준 2025년에 신규 건설된 가정용, 사무용, 교육·의료용 빌딩의 냉방 시스템 도입률은 각각 4.3%, 37.8%, 33.3%와 33.9%에 불과했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기업 유로모니터는 올해 독일의 에어컨 판매량이 80.2% 급증한 38만5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가전 제조업체 마이디어그룹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수요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마이디어는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재고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며 에어컨이 유럽에서 사치가 아닌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다이킨공업 관계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북부,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칸디나비아, 폴란드 등 역사적으로 여름이 온화하고 밤이 서늘하여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지역에서 (에어컨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 가전제조업체들은 히트펌프 수요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주변의 공기, 물, 땅 등에 있는 열을 흡수하여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냉난방 장치다.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난방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유럽과 영국 정부는 겨울철 가스 및 전기 난방에서 벗어나도록 가정에서 히트펌프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마이디어는 유럽에서 공기열원 히트펌프 모델 'R290M 써멀 네이처'를 내년 출시 예정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다이킨공업 역시 2027년에 친환경 냉매를 사용하는 가정용 히트펌프를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LG전자도 히트펌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현재 폴란드 공장이 가전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나 2027년부터 히트펌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6월 스페인과 세르비아에서 1500세대 규모의 냉난방 솔루션을 수주해 고효율 대용량 히트펌프인 'LG 멀티브이 아이(Multi V i)' 설치를 진행했다. 10일에는 네덜란드 리더케르크 102가구 규모 사회적 주택에 히트펌프 '써마 브이'와 OSO 버퍼탱크 패키지 통합 솔루션 수주에 성공했다. 유럽에서 히트펌프와 스테인리스 버퍼탱크를 패키지로 공급한 수주 사례로는 처음이다.
LG전자 유럽 총괄 법인인 독일 에슈보른 법인의 스테판 파엘러 영업 이사는 닛케이아시아에 상반기 독일 내 히트펌프 판매량이 약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첨단 기술 솔루션을 선호하고 있다고 짚었다.
파엘러 이사는 "독일에서 (히트펌프 상품에는) 종합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의 통합, 앱 기반 제어를 통한 기기 연동 등 부가 요소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전기화 과정의 일환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