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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배신한 이 비열한 창작자들의 이스라엘 시민권을 박탈하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민간인 희생을 추적한 다큐멘터리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자,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민 공동감독의 시민권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문화장관, 가자지구 다큐 '나자' 공동감독에 시민권 박탈 위협 : 국가 반역죄 저지른 비열한 창작자
유발 아브라함과 레이첼 소르 감독이 12일(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Naza'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엑스(X, 옛 트위터)에 다큐멘터리 '나자(NAZA)'를 만든 유발 아브라함과 라헬 조르 감독을 향해 “국가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난했다. 조하르 장관은 두 사람을 두고 “전 세계 반유대주의자들에게 박수를 받기 위해 조국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시민권 박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문화장관, 가자지구 다큐 '나자' 공동감독에 시민권 박탈 위협 : 국가 반역죄 저지른 비열한 창작자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각)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 '나자'를 만든 유발 아브라함과 라헬 조르 감독에 시민권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미키 조하르 엑스 계정

그의 발언은 '나자'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Special Jury Prize)​을 받은 직후 나왔다. 80분 분량의 이 작품은 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약 25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하마스 대원 1명 제거 위해 민간인 500명 희생 승인'

다큐멘터리 영화 '나자'는 이스라엘군이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공습 대상으로 선정했는지 그 내부 시스템을 파고든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의 제목 'NAZA'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가자지구 공습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인 사망자 수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약어에서 따왔다.

아브라함과 조르 감독은 영화를 위해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관계자 및 내부고발자 등 24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AI를 활용한 표적 선정 시스템이 가자지구 폭격에 어떻게 이용됐는지 증언했다.

특히 영화에서 내부고발자 한 명은 하마스 대원 한 명을 제거하기 위해 민간인 500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공격까지 승인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떠나라”, 이스라엘 극우 장관도 가세

두 감독을 겨냥한 것은 조하르 장관뿐만이 아니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도 13일 엑스에 "반유대주의 영화를 만든 레이첼 소르와 유발 아브라함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직접적인 해악 그 자체"라며 "너희는 이스라엘 국민 전체의 수치이자 치욕이다. 꺼져라"라고 글을 남겼다. 이어 "너희의 친구들인, 가자지구의 우리 적 하마스가 분명 두 팔 벌려 너희를 환영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비꼬았다. 

두 감독이 이스라엘 정부와 극우 세력의 비난을 처음 받는 것은 아니다. 아브라함과 조르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정착민 폭력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저항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로 2025년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노 아더 랜드'가 처음 공개된 202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동감독 유발 아브라함은 수상 연설을 통해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인·팔레스타인인의 평등을 촉구했다.

이후 일부 이스라엘 언론 등으로 ‘반유대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아브라함은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아브라함은 2024년 2월27일 엑스(X)를 통해 “우익 성향의 이스라엘 군중이 나를 찾기 위해 가족의 집에 찾아와 가까운 가족들을 위협했고, 가족들은 한밤중 다른 도시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당시 아브라함 역시 신변 안전을 우려해 이스라엘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틀 뒤인 2월29일 이 사건을 확인해 전하며 이스라엘 당국에 아브라함과 가족에 대한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이와 별도로 댜큐 영화 감독들은 실제 시민권을 박탈당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에서 시민권 박탈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2022년 테러와 반역, 중대한 간첩 행위 등을 '국가에 대한 충성의 중대한 위반'으로 보고 이를 이유로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이듬해 관련 법을 개정했다. 크네세트에 따르면 국가에 대한 충성을 위반하는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고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로부터 금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경우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

다만 시민권 박탈은 장관 한 명의 결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내무부 장관이 자문위원회와 협의하고 법무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 법원에 시민권 박탈을 요청해야 하며 최종 결정은 법원이 내린다.

“팔레스타인 기자가 우리처럼 취재했다면”

이스라엘 문화장관, 가자지구 다큐 '나자' 공동감독에 시민권 박탈 위협 : 국가 반역죄 저지른 비열한 창작자
영화 '나자(Naza)'의 유발 아브라함 감독과 레이첼 조르 감독이 12일(현지시각) 베네치아 리도에서 열린 제63회 베네치아 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민권 박탈 주장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아브라함 감독은 자신이 감수하는 위험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한 위험은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브라함 감독은 지난 11일 가디언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시스템 안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어머니에게는 무서운 일이었지만 많은 팔레스타인인의 집에 찾아오는 것은 우익 군중이 아니라 미국의 지원을 받은 불도저와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기자가 우리처럼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상상해보라”며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들은 살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가 이 같은 비교를 꺼낸 배경에는 '나자'가 기록한 가자지구의 현실이 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은 7만3천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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