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관객 감소로 영화 투자가 위축되면서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새로운 투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투자배급사들이 제작을 줄이는 사이 OTT는 영화 제작비를 대고 있다. 여기에 극장 개봉과 영화제 출품, 해외 배급까지 이어가며 영화 산업에서 맡는 역할을 넓히고 있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현장. (왼쪽부터)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투자 위축은 중예산 영화에서 두드러졌다.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작품일수록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영화 매출은 419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9.4% 줄었고, 관객 수도 4358만 명으로 39.0% 감소했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관객 수다.
투자 위축은 한국영화 제작 편수 감소로 이어졌다. 주요 5대 투자배급사가 2025년 개봉을 준비한 한국 상업영화는 10~14편으로, 2023~2024년 연간 35~37편에서 크게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지난해부터 중예산 영화에 별도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3년부터 4년 동안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영화도 투자 대상에 포함했다. 2020년 이후 선보인 한국 영화도 20편을 넘어섰다.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의 인기가 커진 것도 한국 영화 투자를 늘리는 배경이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제작이 막힌 영화가 넷플릭스를 만나 다시 움직인 사례다. 10년 넘게 묵혀 있던 이 작품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뽑혀 15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추가 투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대면서 제작이 본격화했고, 제작진은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을 반납하고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넷플릭스는 ‘가능한 사랑’을 극장과 영화제, 세계 시장으로 연결했다. 영화는 오는 23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고 11월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과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베니스에서는 심사위원대상인 은사자상을 받았다. 토론토·부산·런던 등 여러 영화제를 거쳐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이어간다. 한국 대표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도 출품됐다.
OTT가 영화 투자부터 극장 개봉, 영화제 출품까지 맡으면서 기존 영화산업의 역할 구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배급사가 제작비를 대고 극장에서 영화를 선보인 뒤 OTT가 판권을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OTT가 직접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를 극장에 개봉하고 국제영화제에도 출품한다.
넷플릭스는 2025년 30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했고, ‘로마’가 2018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데 이어 2025년에는 ‘프랑켄슈타인’, ‘제이 켈리’,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베니스 경쟁부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