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 남부의 전략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하면서 세계 무역의 핵심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지원하던 예멘 정부군은 밀려났고, 국제유가는 곧바로 요동쳤다. 미국까지 사우디에 정보·표적 지원 인력을 늘리며 견제에 나섰지만 중동정세의 불안은 늘어나고 미국-이란 전쟁도 꼬여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티 반군이 장악한 항구도시 모카 지역 지도. ⓒ 구글 지도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예멘 관리 두 명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전날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 동맹군을 밀어내고 모카와 항구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모카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불과 80km 떨어진 곳에 있어, 이번 점령으로 후티는 해협에 훨씬 가까운 군사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모카, 예멘 커피 수출항에서 지정학적 요충지로
모카는 한때 예멘 커피콩의 주요 수출항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지만, 지금은 지도상 위치 자체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좁은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코앞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 물류 항로 가운데 하나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매일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한다.
그동안 후티 반군은 예멘 북부에서 홍해 선박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왔지만, 남쪽 모카까지 손에 넣으면서 해협에 훨씬 밀착하게 됐다.
실제로 후티 반군이 모카를 점령한 직후 국제유가의 대표적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다.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 뉴아메리카의 애덤 바론 예멘 담당연구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최근 몇 년간 예멘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모카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이 해협에 더 가까운 섬과 영토까지 밀고 내려갈 것으로 내다본다.
바론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이 지역 일대는 예멘에서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며 "후티 반군이 이곳까지 장악하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걸프 지역의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아라비아반도의 두 핵심 수로가 동시에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홍해 항로로 원유 수출을 돌렸는데, 이제는 이 대체 항로마저 후티 반군의 손에 흔들리는 형국이다.
예멘 모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북쪽 해상서 유조선이 항해하고 있다. ⓒ AP통신=연합뉴스
미국까지 움직인 '후티 리스크'
이처럼 사태가 심상치 않자 미국도 개입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군 군사고문 약 100명이 최근 몇 주 사이 신설된 합동군사령부 소속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돼 후티 반군을 겨냥한 작전에 정보·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군이 미국 국방부의 인공지능(AI) 표적 시스템 '프로젝트 메이븐'과 유사한 도구를 쓰도록 지원해 왔다고 한다. 다만 미군이 직접 공습에 참여하거나 사우디 전투기에 공중 급유를 제공하는 등의 직접 개입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예멘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장교 수백 명이 후티 반군과 함께 활동 중이며, 이들의 최종 목표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 측은 해상 항행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사우디의 예멘 공습 중단을 촉구하는 이중적 메시지를 내고 있어,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진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