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핵심 이민정책인 '재이주(remigration)'를 두고 "인종청소"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정면 비판했다.
최근 독일 작센안할트 주선거에서 AfD가 44%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사상 최대 승리를 거둔 지 사흘 만에 나온 발언으로, 양쪽은 연방하원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 EPA=연합뉴스
메르츠 총리는 9일(현지시각) 독일 연방하원(Bundestag) 토론에서 "'재이주'라는 용어는 출신과 피부색에 기반한 인종청소의 동의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재이주'는 원래 학술 용어였으나 2010년대 이후 유럽 극우 진영이 이민자와 그 후손을 원출신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쓰면서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토론에서 "이민 노동자 수백만 명이 독일 사회에 필수적이다"며 "AfD의 대규모 추방 정책이 시행되면 독일의 어떤 요양원도 문을 열 수 없고, 어떤 병원도 운영될 수 없으며, 어떤 레스토랑도 영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AfD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재이주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AfD를 제1당으로 이끈 울리히 지크문트 주총리 후보는 선거 직후 독일 공영방송 ARD와 나눈 인터뷰에서 "재이주는 단순한 추방을 훨씬 뛰어넘는 개념이다"며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재이주 정책에는 일자리가 없는 우크라이나 난민까지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보기관은 '재이주' 개념을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비판자들은 시민권 취득 여부와 무관하게 이민 배경을 가진 사람 전체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6일 치러진 작센안할트 주선거에서 AfD는 대승을 거뒀다.
AfD는 43.8%의 득표율로 39석을 확보해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으나, 과반(42석)에는 3석이 부족해 단독 정부 구성에는 실패했다. 이는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극우정당이 주정부 권력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사례로 평가된다. 반면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은 17.2%에 그쳐 참패했다.
AfD는 선거 승리는 독일-미국 관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AfD의 정말 위대한 밤을 축하하며 독일 정부의 이민 정책은 절대적으로 끔찍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발로 메르츠 총리는 사전에 예정돼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취소했다.
이와 별도로 AfD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AfD는 전국적으로도 28~29%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달 예정된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