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올해도 9월 조기인사를 단행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조기인사가 계열분리를 앞둔 경영 방향을 보여줬다면, 올해 인사는 정용진·정유경 회장의 사업 과제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계열분리를 앞두고 양측의 사업 과제에 따라 올해 인사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8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올해도 9월 인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부터 연말 정기인사 대신 수시 인사와 9월 조기인사를 병행해왔다. 지난해에는 9월 26일 인사를 단행하며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했다.
올해 인사는 지난해 배치한 리더들의 성과를 점검하는 후속 인사 성격이 강할 것으로 관측된다. 계열분리를 앞둔 상황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측은 이커머스 재편과 AI·대형 복합개발 등 미래사업의 실행력 강화가, 정유경 신세계 회장 측은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과 부진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핵심 과제다. 이에 따라 성과가 부진한 계열사는 쇄신하고, 개선 성과를 낸 조직에는 보상하는 방식으로 인사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정용진, 미래사업을 움직일 조직이 과제
정용진 회장 측 인사의 핵심은 이커머스 재편과 미래사업을 실행할 리더십 확보다. 지난해 대규모 수장 교체를 거친 이마트는 본업 회복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온라인 사업과 신사업의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이마트의 본업은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3225억 원으로 2024년보다 584.8% 증가했고,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2771억 원으로 127.5% 개선됐다. 트레이더스와 신세계프라퍼티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반면 이커머스와 일부 자회사의 실적 부진은 여전히 과제다. SSG닷컴은 지난해 1178억 원, G마켓은 83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마트24도 46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SSG닷컴과 G마켓 대표를 다시 교체한 것도 부진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마트24 역시 외형 확대보다 점포 경쟁력과 상품 구성, 운영 효율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우선이다.
최택원 SSG닷컴 대표는 이마트의 영업·물류·공급망관리(SCM) 경험을 상품·물류 인프라 연결과 수익성 개선으로 증명해야 한다. 제임스 장 G마켓 대표 역시 라자다에서 쌓은 글로벌 사업 경험을 거래액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올해는 두 대표의 전문성이 실제 성과로 연결됐는지가 평가 대상이다.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직접 맡은 만큼 스타필드·대형 복합개발·AI 데이터센터 등 미래사업은 구상보다 투자 집행과 수익화 성과가 중요하다. 4개월째 공석인 경영전략실장 선임과 조직 개편도 이를 뒷받침할 컨트롤타워 구축과 맞물린다. 새 실장에게는 계열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미래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는 역할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본업의 연속성과 부진 사업의 리셋이 과제
정유경 회장 측 인사는 사업별 성과에 따라 ‘유지할 전략’과 ‘바꿔야 할 사업’을 구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처럼 성과가 확인된 사업은 기존 전략을 이어가되, 수익성이 악화된 면세점·패션·가구 등은 추가 쇄신이나 체질 개선에 나서는 방식이다.
지난해 정유경 회장 측은 백화점 고급화와 복합개발을 이끈 박주형 ㈜신세계 대표를 유임한 반면, 수익성 악화가 이어진 면세점에는 이석구 대표를 새로 투입했다. 본업 경쟁력이 확인된 사업에는 전략의 연속성을 부여하고, 구조적 부진에 빠진 사업에는 인적 쇄신을 단행한 셈이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고급화 전략의 성과를 매출을 넘어 이익으로 증명하는 일이 핵심이다. 박주형 대표가 주도한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 파크’ 등 프리미엄 공간은 점포 경쟁력을 높였지만, 리뉴얼과 신규 콘텐츠 조성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컸다. 외국인 고객과 하이주얼리 매출이 늘고 있어도 외형 성장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올해는 매출 증가율보다 투자 대비 수익성과 이익 기여도, 핵심 점포의 실행 성과가 중요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면세점은 높은 공항 임대료와 면세 수요 약화가 겹친 만큼 매출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 이석구 대표가 인천공항 사업권 일부를 포기한 것도 외형보다 수익성을 우선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올해 인사에서는 손실 축소와 임대료 부담 완화, 명동점·인천공항점 등 핵심 점포의 경쟁력 회복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까사도 실적에 따라 인사 방향이 갈릴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뷰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신규 브랜드의 성과를 끌어올려야 하며, 신세계까사는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다. 두 계열사 모두 기존 전략을 유지할지, 대표 교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지 판단이 필요한 사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