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개통한 영종해안순환도로에서 산란을 위해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도둑게들이 잇따라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최근 개통한 영종순환도로 청라하늘대교-미단시티 구간(왼쪽), 도둑게(오른쪽 위), 8월27일 영종해안순환도로 일부 구간에서 확인된 도둑게 로드킬 흔적(오른쪽 아래) ⓒ인천광역시/인천녹색연합
인천녹색연합은 10일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개설한 영종해안순환도로 청라하늘대교-미단시티 구간 도로(2.99km, 왕복 2차로)에서 도둑게가 대규모로 로드킬 당하는 현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천녹색연합은 영종구 주민의 제보를 받고 지난 8월 두 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도로 곳곳에서 로드킬을 당한 도둑게 사체와 흔적을 확인했으며, 실제 도둑게가 차량에 치이는 순간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도둑게가 8월27일 밤 영종해안순환도로를 건너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제공
해당 구간은 영종해안순환도로의 마지막 미개통 구간으로, 청라하늘대교와 미단시티를 잇는 총연장 2.99㎞, 왕복 2차로 규모다. 지난 6월30일 공사를 마친 뒤 7월13일 전면 개통했으며, 이로써 총연장 53.7㎞의 영종해안순환도로 전 구간이 하나로 연결됐다.
인천시는 당시 도로 개통으로 영종국제도시의 교통 편의가 높아지고 미단시티와 한상드림아일랜드 등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개통 두 달여 만에 도둑게의 이동 경로와 도로가 겹치면서 로드킬 문제가 불거졌다.
도둑게는 평소 만조(밀물로 바닷물이 들어와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때)선보다 높은 육지의 숲이나 굴속에서 생활한다. 땅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유기물을 분해해 산림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도둑게의 독특한 생태적 특징 중 하나는 알을 품은 암컷이 바다로 내려가 부화한 유생을 물속에 풀어놓는 ‘유생털이’다. 매년 여름철인 7~9월 보름달이나 그믐달이 뜨는 사리 때가 되면 알을 품은 암컷 도둑게들이 야간 만조에 맞춰 새끼를 낳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문제는 바다로 향하는 도둑게의 이동 경로를 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영종해안순환도로 공사구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녹색연합은 "이 도둑게들이 바다로 가기 위해 반드시 위 도로를 건너야 한다"며 "'유생털이와 로드킬 중심의 도둑게의 생활사에 대한 해양환경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류미,2020)'자료에 따르면, 실제 로드킬로 희생되는 개체의 약 95%가 유생털이를 위해 이동하는 ‘어미암컷’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육지성 게의 6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로드킬로 인한 도둑게의 죽음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천녹색연합은 인천시와 인천종합건설본부에 도둑게 로드킬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우선 운전자와 주민들이 생태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로드킬 주의 안내판과 현수막을 즉시 설치하고, 도둑게의 우회·이동을 위한 ‘수로형 및 터널형 생태통로’와 유도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도둑게의 주 산란기인 6~9월, 특히 사리 기간에는 유생털이가 집중되는 일몰 이후부터 자정까지 인근 도로의 차량 통행을 규제하거나 서행을 강제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27일 영종해안순환도로 일부 구간에서 확인된 도둑게 로드킬 흔적. ⓒ인천녹색연합
영종해안순환도로를 둘러싼 생태계 훼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로 건설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서식지가 훼손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해안가를 따라 개발과 이용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생물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으면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녹색연합은 "해안과 갯벌, 육지를 하나의 연결된 생태계로 관리,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육상과 해양을 오가며 살아가는 도둑게를 지키는 것은 곧 영종구의 생태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인천녹색연합은 인천시에 "더 이상 개발과 도로 건설 과정에 생태계 훼손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행정적 책임을 다해 전방위적인 보호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광역시 수산자원연구소 자료를 보면 도둑게라는 독특한 이름은 민가의 부엌까지 들어가 음식물을 훔쳐 먹는 습성에서 붙었다. 영어로는 붉은 집게발 게(Red clawed crab)라고 불리며, 집게와 몸의 무늬가 웃는 얼굴처럼 보여 한국에서 ‘스마일게’라는 별칭으로 소개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