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에 대한 고강도 제재 방침을 발표하자, 놀랍게도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전직 총리 및 전직 이스라엘군 참모총장과 저명한 학자들까지 함께 나서 "좋은 출발"이라며 영국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 노선과는 정반대의 목소리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양심적 목소리'에 국제사회도 주목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 AP통신/연합뉴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와 단 할루츠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등 이스라엘 주요 인사들이 9일(현지시각) 영국의 정착촌 제재를 공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영국,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불법정착촌 경제 정조준
앞서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8일 의회 연설을 통해 서안지구 불법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서안지구란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로,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자체가 불법이다.
영국의 이번 조치는 상품 수입금지에 그치지 않고, 정착촌 건설에 자금을 대거나 건설·인프라·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개인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밀리밴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착민들의 폭력을 '인종청소'라고 규정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영국의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을 향한 제재시행까지는 6~9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스라엘 정부의 주요 은행과 보험사들도 정착촌 관련 사업에 관여할 경우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2026년 8월20일 촬영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제닌 근처 이스라엘 정착촌. ⓒ EPA=연합뉴스
영국의 이런 강도 높은 조치에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기드온 사아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영국의 제재방침은 노골적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고,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램 주재 영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강경 대응과는 별개로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터져 나왔다.
다비드 하렐 이스라엘 한림원 원장을 비롯해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할루츠 전 참모총장, 아브라함 부르크 전 이스라엘 의회 의장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영국의 제재는 '유대인 테러리스트'를 겨냥한 정당한 조치다"고 옹호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와 안보당국의 실패가 이런 국제적 압박을 자초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치를 이스라엘이 당당히 받아들여야 할 계기로 규정했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의 이런 목소리가 이스라엘 정치전반의 분위기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올해 10월 말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안보·경제 등 내정 이슈에 집중하고 있어 영국의 제재가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