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의 후속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 공소청 직제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사진)를 비롯한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이 법무부의 공소청 직제안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 정청래 페이스북 갈무리
검찰개혁 원칙론자인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잇따라 정부의 공소청 조직과 인력 규모를 담은 직제 개편안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논란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도 기존 검찰의 검사 인력과 수사 관련 조직·기능이 상당 부분 공소청에 그대로 남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게 될지 주목된다.
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공소청 직제 개편안을 두고 조국혁신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공소청의 규모를 검사 2292명, 일반직 6120명 등 8412명으로 확정하고 관련 직제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공소청 직제안과 관련해 직접 수사 부서를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검찰 조직의 핵심 인력 규모가 고스란히 공소청으로 이관되자 여권 내 개혁 성향 인사들이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검사·수사관 인력 상당수가 공소청에 남는 점과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가 공소청에 유지되는 점 등을 대표적 문제로 지적했다. 과학수사부 자체는 폐지되지만 관련 기능이 다른 조직으로 살아남았고, 합동수사기구 대응을 위한 별도 조직이 마련돼 향후 수사 개입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서 "검사 및 수사관 인력의 70% 이상이 공소청에 남고,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기능이나 법과학기획관 등이 유지되는 것은 수사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것"이라며 "합동수사 기구 대응을 위한 별도 전담 부서나 '사법통제부' 같은 명칭 역시 수사 개입의 통로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청은 폐지됐고 수사와 기소는 분리됐으며 공소청은 기소 담당 국가기관"이라며 "기왕 검사의 수사 기능이 폐지된 마당에 일말의 의심마저 불식시킬 수 있도록 직제안에 대한 깊은 숙고와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부 입법예고안의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사진)가 8일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공소청 직제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페이스북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정부안의 허술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무부가 구체적 산출 근거도 없이 기존 검사 정원을 유지하는 직제안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수사권 폐지를 무력화하고 검찰을 예전 모습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추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무소불위의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하고자 함에도 자꾸 뒤돌아보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음으로써 개혁의지에 의심이 커지고 있다"며 "수사권한과 기능이 폐지된 만큼 검사의 수도 대폭 축소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몇 명의 검사가, 어떤 직무를 위해, 어떤 근거로 필요한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치와 논리부터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며 "법무부와 관계 당국은 지금이라도 주먹구구식 인원 배치를 멈추고, 공소청의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조직 설계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는 직접수사 조직을 폐지하고 전체 정원을 줄였으며, 공소유지와 민생사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검사 인력까지 감축할 경우 사건 적체와 처리 지연이 발생해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정원은 12년째 2292명으로 동결돼 있으며, 오히려 공판 및 공소유지 업무를 고려하면 검사 인력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수사권을 없앴는데 왜 검사 수는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직접수사와 보완수사 업무가 폐지되고 관련 인력이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기존 검사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검찰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며 상황에 따라 다시 검찰의 수사 기능이 되살아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검사 정원뿐 아니라 기존 검찰 수사의 실무를 담당해온 수사관 인력의 재배치 문제도 공소청 직제안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이다. 검찰에는 검사 외에도 수천 명 규모의 수사관이 근무하며 피의자 조사와 압수수색, 증거 수집·분석, 사건 기록 작성 등 수사 실무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왔다.
수사권을 잃은 공소청에 기존 수사인력을 어느 정도 남길 것인지, 남은 인력에게 어떤 새로운 직무를 부여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인력의 유휴화와 인사 적체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작 수사를 담당했던 핵심인력 7천여 명은 공소청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추 지사는 "숙련된 수사인력을 중수청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전 대표와 추 지사가 검사의 수와 함께 공통적으로 지적한 조직이 있는데 바로 '사법통제부'다. 사법통제부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도입되는 사실관계 확인 제도를 활용해 '불송치 사건'을 '송치 사건'과 같은 수준으로 검토하고 부실·위법 수사가 확인되면 재수사를 요구하거나 책임을 묻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직무배제나 징계 요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도 사법통제부에 재배당한다. 항고청에서 재기 결정이 내려진 불기소 사건도 사법통제부가 배당받아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이행 결과를 통보받아 필요한 처리를 한다.
법무부는 '사법통제부'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통제하고 사건 방치를 막음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검찰개혁론자들은 사법통제라는 명분 아래 검사가 수사 과정에 다시 관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공소청이 단순히 기소와 공판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검찰개혁 원칙론자 관점에서는 사법통제부의 권한 범위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소청이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나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범위와 절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수사·기소 분리의 실질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지사는 "검찰이 저지른 사법 부정의를 바로 잡기 위해 수사권을 내려 놓으면서 스스로가 사법을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불송치사건 점검부'라고 하면 딱 어울리는데 이를 '사법통제부'라고 내세우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6일 페이스북에서 "법원의 사법통제를 받아야 할 검사인데 사법통제부 신설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민주당 내부의 반발이 단순히 공소청 직제안을 둘러싼 세부적인 의견 차이에 그칠지, 민주당 내부의 검찰개혁 노선 논쟁으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빈틈 없는 검찰개혁을 강조해 온 정 전 대표와 추 지사, 김용민 의원 등이 정부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검찰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둘러싼 이견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 이재명 성향의 김규현 변호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검사 1인당 사건 수가 300건, 판사 1인당 사건 수가 500~1000건이나 된다"며 "이 현실을 알면서도 판사검사경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정치적으로 검찰과 현 정권과 각을 세우기 위해 숫자 줄이자는 프레임을 잡은 거라면 정말 대실망"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민 페이스북
결국 앞으로의 논쟁은 ‘검사를 몇 명으로 줄일 것인가’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소청 검사가 경찰 수사기록을 어느 범위까지 검토할 수 있는지, 불송치 사건에 대해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특별사법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등 공소청의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정 전 대표와 추 지사 등의 문제 제기가 아직 민주당의 공식 당론 변경이나 집단적인 반대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입법예고 기간이 9일로 임박한 만큼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 직제안을 수정할지 여부가 향후 논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법무부에 오는 9일로 예정된 입법예고 마감을 미루고 인력감축 규모 및 공판 중심 조직 개편을 원점에서 다시 설계하길 촉구한다"며 "이름만 바뀐 검찰을 국민께 다시 안겨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