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신세계’라는 이름에 의존하는 정도가 낮아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필드를 비롯한 독자 브랜드를 키워온 덕분이다. 상표권 사용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부담은 과거보다 작다는 의미다.
최근 SSG닷컴 인적분할을 계기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상표권 정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계열분리가 현실화하면 이마트 계열사들은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며 기존 브랜드를 유지할지, 독자 브랜드로 전환할지 정리해야 한다.
스타필드 하남 전경. 스타필드가 쇼핑을 넘어 식음·문화·여가를 결합한 체험형 복합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7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남매경영은 SSG닷컴 인적분할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SSG닷컴 지분 관계를 정리하면서 양측을 묶어온 지분 구조가 재편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공유해온 브랜드와 계열사 간 거래 관계 역시 독립 경영 체제에 맞게 재정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적 쟁점이 ‘신세계’ 상표권이다. 현재 상표권은 정유경 회장 측인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들은 여전히 법인명에 ‘신세계’를 사용하고 있다. 이마트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들은 여전히 법인명에 ‘신세계’를 사용하고 있어, 계열분리가 현실화하면 상표권과 법인명 사용 관계의 정리가 불가피하다.
다만 이마트가 ‘신세계’라는 이름에서 벗어나는 데 따른 부담은 과거보다 작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마트는 점포와 공간개발 사업을 통해 ‘신세계’와 구분되는 독자 브랜드를 이미 오랜 시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기존 점포는 스타필드마켓으로 재단장해 쇼핑·외식·문화·휴식을 결합한 체험형 공간으로 바꾸고, 스타필드는 국내 쇼핑시설을 넘어 글로벌 복합개발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스타필드마켓은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를 결합한 형태로, 장을 보는 공간을 넘어 식사하고 문화를 즐기며 머무는 공간을 지향한다. 죽전점과 킨텍스점에 이어 월계점까지 확대하며 서울로 진출하는 등 이마트만의 점포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스타필드마켓 4개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28%로,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 증가율인 2.7%를 크게 웃돌았다. 재단장한 점포는 매출과 고객 수가 함께 늘었고 장기 체류 고객 비중도 확대됐다. 가격 경쟁을 넘어 고객이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타필드 역시 국내 점포를 넘어 숙박·레저·문화 기능을 결합한 글로벌 공간개발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타필드 사업을 전개해온 신세계프라퍼티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 아만과 협업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호텔과 브랜디드 레지던스, 리테일·문화공간을 결합한 ‘아만 서울’을 조성하고 있다. 쇼핑시설을 넘어 숙박·문화·주거가 결합된 복합개발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사업의 대표 브랜드인 SSG도 이마트 측의 주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그룹의 영문 이니셜에서 출발했지만, 이마트 측이 SSG닷컴·SSG랜더스·SSG머니 등으로 사용 범위를 넓혀왔다. SSG닷컴은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범해 장보기와 신선식품 중심의 커머스 사업을 강화했고, SSG랜더스와 SSG머니 등으로 브랜드 외연도 확대했다.
이 밖에도 이마트는 노브랜드·트레이더스·이마트24 등 소비자가 직접 접하는 사업을 별도 브랜드로 운영해왔다. 노브랜드는 가성비 자체상품을 앞세운 전문 브랜드로,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독립적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24 역시 자체 상품과 차별화된 점포 전략을 통해 편의점 사업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브랜드 측면에서는 독립 기반을 마련했지만, 법인명과 소유 구조까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이마트 자회사에는 신세계프라퍼티·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신세계아이앤씨뿐 아니라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신세계화성 등 부동산 개발 법인과 신세계엘앤비 등 식음료 법인이 포함돼 있다. 스타필드 사업 역시 신세계프라퍼티와 별도 개발 법인을 통해 운영되는 구조다.
계열분리가 현실화하면 이마트의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자회사와 사업 법인의 명칭·소유 관계를 함께 정리해야 한다. 법인별 정관·등기와 사업자등록을 변경하고, 기존 계약과 인허가, 거래처·금융기관과의 관계도 점검해야 하는 만큼 일괄적 사명 변경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분리를 하지 않는 선택이 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신세계’ 상표권과 법인명 사용에 따른 비용, 계열사 간 거래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쪽을 택하든 브랜드와 법인 구조를 둘러싼 정리 과제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