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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방조달 시스템이 관리 부실과 사기, 낭비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따로 입수한 정부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최전선에서 러시아와 싸우는 동안 뒤에서 권력자들은 방산업체들과 결탁해 엉뚱한 무기와 과다 비용청구, 미납품으로 국가 예산을 갉아먹어 왔다고 폭로했다. 

문제 업체들이 처벌은커녕 새로운 계약을 계속 따내는 구조적 병폐가 드러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부의 '총체적 부패'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산비리'로 1년에 12억 달러 날렸다 : NYT 사기와 낭비로 국방 조달 흔들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정부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놓은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는 관리 부실과 사기, 낭비로 군수품 조달 과정에서 2024년 한 해에만 12억 달러(약 1조6천억 원)를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우크라이나 국가감사원과 국방부 내부 감사 부서가 2024년과 2025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공개 조사를 통해 작성됐다. 이 문서는 기밀로 분류돼 있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10대 군수업체 가운데 7곳이 사기나 계약 미이행, 최고경영자의 부패 혐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업을 따냈다. 

우크라이나 감사원은 이전 계약을 위반했음에도 새로 계약을 체결한 기업 18곳을 확인했는데, 이 중 6곳은 단 하나의 계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영 파블로흐라드 화학공장 대표 레오니드 시만의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24년 러시아군의 참호 공격에 우크라이나 포병이 대응 사격에 나섰지만, 포탄 다수가 목표 지점에서 폭발하지 않고 발사관에서 튀어나오거나 땅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조사 결과 시만 대표의 공장이 신관이나 추진약에 결함이 있는 불량 박격포탄 23만3천 발를 우크라이나 군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미 이 공장이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시만 대표는 첫 박격포 계약을 따낼 당시부터 횡령·사기 혐의로 부패방지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었고,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2억8천만 달러(한화 약 3700억 원) 규모의 신규 계약까지 따냈다. 

결함이 드러난 뒤에도 우크라이나 조달청은 오히려 이 공장에 2025년 122㎜ 포탄 물량 대부분을 몰아줬다. 시만 대표는 결국 지난달 별도의 폭발물 조작 사건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박격포탄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방산물자 낭비 구조는 가격 부풀리기에서도 드러났다. 

2024년 로켓 입찰에서 튀르키예 제조사가 개당 4200달러(약 560만 원)에 직거래를 제안했지만, 계약은 개당 5100달러(약 680만 원)를 써낸 체코슬로바크 그룹(CSG) 자회사에 돌아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직접 구매 대신 체코 회사를 중개자로 세우면서 우크라이나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1억3천만 달러(약 1750억 원) 늘었다. 우크라이나 감사원은 "결정에 대한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이 계약 등에 힘입어 체코슬로바크 그룹은 올해 방산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켰고, 대주주 미할 스트르나트는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무기 부호에 올랐다. 

이런 부실은 우크라이나 정치권까지 흔들었다. 

방산물자 조달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던 미하일로 페도로프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올해 7월 경질되자 전쟁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사업가 티무르 민디치를 둘러싼 에너지·국방 분야 뇌물 스캔들도 여전히 정국을 짓누르고 있다. 

민디치는 2025년 11월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을 통한 1억 달러(약 1340억 원) 규모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기소되기 전 이스라엘로 도피했으며, 이 사건으로 장관급 인사 여러 명이 물러났다. 아르센 주마딜로프 우크라이나 조달청장도 지난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사 보고서가 우크라이나 방위산업 부패의 뿌리 깊은 관행을 다시 확인해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부패방지 전문가 제임스 와서스트롬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모든 것이 도난당할 것"이라며 "이는 오래된 전통이다"고 꼬집었다. 

4년 넘게 이어진 전쟁 속에서 서방의 무기 지원과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이와 같은 방산물자 조달 비리가 군대의 물자 부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원 명분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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