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의 전선을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입수 경위'로 옮기려 하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의원이 김 후보자와 브로커 사이의 통화 녹취를 추가로 공개하며 의혹을 키우자 녹취와 수사자료가 어떻게 한 의원에게 넘어갔는지를 문제 삼으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녹취록 입수 경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 자체를 희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을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키우자 무대응으로 일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김 후보자에 대한 네거티브는 당에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최고위에서도 청문회와 관련해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전담대응팀을 구성했다. 대응팀에는 조계원·한민수·전용기·김동아 의원이 합류해 네거티브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가장 문제삼고 있는 지점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과 자료의 출처다. 한 의원은 지난 5일과 6일 김 후보자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사건의 브로커 양모씨 사이의 통화 녹취를 잇달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에는 양씨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 진행 상황을 설명하자 김 후보자가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 알았어"라고 답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 의원은 이를 단순한 민원 청취가 아니라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으로 보고 '성공한 로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 한 의원을 향해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한 의원의 행태가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이 보였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역공에 나선 셈이다.
김 후보자는 "이것은 한 의원이 윤석열과 함께 해왔던 검찰 캐비닛 정치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저를 (기소유예) 처분했던 검사들도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 수사했던 수사자료 조금씩 언론에 흘리면서 정치공세 벌이고 있는데, 이러한 수사자료 유출이야말로 형사처벌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민주당 대응팀에 소속된 의원들도 한 의원의 자료 입수 경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김동아 의원은 한 의원과 성명 불상의 수사기록 제공자를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검사시절 ‘서초동 편집국장’이라 불렸다는 한동훈 의원이 그 오명이 그리웠던지 자극적 수사기록 짜깁기와 찌라시 흘리기 방식으로 김승원 후보자를 공격하고 있다"며 "연일 공개하고 있는 그 녹취록은 어떻게 입수했는가. 정치검사 출신답게 불법적으로 과거 수사기록을 입수한 것은 아닌지 출처를 밝혀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략에는 한 의원이 검찰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과 검찰이 팀플레이로 여권을 공격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통해 분열돼 있는 지지층을 결속시킬 수 있는 데다 검찰개혁 후속 조치를 완수해야 할 김 후보자를 흔든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장관 때 아주 혈안이 돼서 탈탈 털었던 사건인데 그것보다 더 혹독한 검증이 있을 수 있겠나"라며 "한동훈 사단의 '검찰 청문회'를 통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의 전약이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후보자가 직접 민원 전달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부정 청탁은 없었다고 해명한 만큼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상적인 민원 전달'과 '부당한 영향력 행사'의 경계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녹취록의 입수 경위에 명확한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처 문제만 부각할 경우 민주당이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본질적인 의혹에 대한 답변을 피하기 위해 쟁점을 돌리고 있다는 역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7일 국회 본청에 들어서다 취재진과 만나 연일 제기하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공세를 두고 "그동안 민주당이 해온 여러가지 녹취록들에 불법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그건 다 뭡니까?"라며 "불법 같은 걸 제가 했을 것 같습니까? 꿈깨시라. 했다면 밝혀보시라"고 맞받았다.
무엇보다도 국민들 관점에서는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씨와 어떤 관계였는지, 왜 식약처장에게 직접 연락했는지, 양씨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받았는지, 실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등이 핵심 검증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물론 이 자료 출처를 놓고서 위법성, 불법성, 이런 거 따질 수 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 나머지 문제가 설득력이 있는데 자료가 어디서 났냐, 이걸 탓한다 한들 국민들한테는 그런 일도 했어, 국회의원이? 그런 일이 있었어? 오빠, 동생 하는 사이야? 이렇게 가고 있다"며 "여론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생각해 봐야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