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우리은행장의 ‘마지막 기회’가 가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상반기 성적표는 ‘격차를 좁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3730억 원으로 2025년 상반기보다 11.9% 줄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가운데 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 뿐이었다.
정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일까지다. 임기는 이제 넉 달 정도 남았다. 남은 넉달이 정진완 행장에게도 연임 심사 전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셈이다.
정 행장의 올해 하반기 전략은 ‘금리’보다 ‘고객’에 방점에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정 행장이 말했던 “고객 유입은 은행 업무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결제와 경험을 통해 이뤄지며, 결제를 통해 고객이 은행과의 거래도 이어 나갈 것”이라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 행장의 올해 하반기 전략은 ‘금리’보다 ‘고객’에 방점에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적금으로 신규 고객 모으고, 결제 제휴로 저변 넓히고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이 내놓는 상품의 목적은 ‘새로운 고객 유치’로 수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6일 ‘우리 팀코리아 적금2’를 출시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최대 금리가 7.5%로 매우 높지만, 12개월짜리 상품으로 월 납입 한도가 30만 원, 1년을 다 채워도 360만 원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우대금리 4.5% 가운데 2.0%가 신규 고객 몫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직전 6개월 동안 우리은행 예·적금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에게 1.0%포인트, 직전 연도 말일 기준 우리은행 계좌가 없었던 고객에게 1.0%포인트가 각각 붙는다.
누적 응원 댓글이 40만 건 이상 달려야 받을 수 있는 1.0%포인트, 대한민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해야 받을 수 있는 1.5%포인트의 우대금리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용이한 조건이다.
며칠 앞선 1일에는 알뜰폰 요금제 '우리WON 셀럽(셀러리-업)'을 내놨다.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통신비를 최대 0원까지 낮춰주는 상품으로, 상품명에 '급여'가 들어간 데서 우리은행이 어떤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요금제는 월 기본요금 2만 원인 '15GB+'와 3만 원인 '71GB+' 두 종류다. 가입에 따른 기본할인에 금융거래 실적에 따른 최대 1만5천 원의 금융할인을 더하면 15GB+는 월 통신비가 0원, 71GB+는 5천 원까지 내려간다.
주목할 부분은 할인 항목의 배분이다.
금융할인 항목은 모두 7개인데, 이 가운데 급여이체(월 100만 원 이상) 또는 4대 연금 신규·유지 한 항목에만 월 1만 원이 걸려 있다. 나머지 5개 항목은 우리WON모바일 통신료 자동이체 1천 원, WON뱅킹 신규가입 및 로그인 2천 원,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유지 2천 원,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 1천 원, 예·적금 신규·유지 1천 원 등으로 모두 합쳐도 7천 원에 그친다.
금융거래 할인에는 최대 월 1만5천 원 한도가 있다는 것을 살피면, 급여이체나 연금 계좌 관련 항목을 충족하면 나머지 할인은 최대 5천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급여이체 계좌 할인 하나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나머지 할인 전부를 합친 것의 두 배인 셈이다.
결제를 통한 고객과의 접점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우리은행이 삼성전자와 함께 운영하는 선불 충전형 간편결제 '삼성월렛머니·포인트'는 출시 약 7개월 만에 가입자 250만 명을 넘겼다. 7월2일에는 아성다이소, BGF리테일과 각각 제휴를 맺고 다이소와 전국 1만8천여 개 CU 편의점을 전략가맹점으로 추가했다. 기존 GS25를 포함해 오프라인 결제처가 세 곳으로 늘었고, 온라인에서는 네이버플러스스토어와 롯데ON에서 결제를 지원한다.
문화 콘텐츠 역시 같은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4월22일 공연 티켓 예매 플랫폼 '투더문'을 열었고, 이달 열리는 '2026 LCK FINALS'에서는 금융상품 가입 고객에게 초대권 440장을 제공한다. 응모 대상 상품은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과 우리의 소원 예금·적금, 청소년 상품인 우리틴틴이다. 결제와 수신, 미래고객 상품을 하나의 이벤트로 묶은 구성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 고객에 방점 찍은 이유, 금리 경쟁으로는 승산 찾기 어렵다
우리은행이 금리 대신 고객으로 방향을 잡은 배경에는 조달 환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7월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27일 다시 3.00%로 인상했다. 은행권 예금금리도 함께 올랐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 연 2.90~2.95% 수준에서 최근 3.20~3.30%까지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7월20일부터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여전히 앞서 있다.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8월 초 기준 케이뱅크가 3.71%,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각각 3.60% 등이다.
조달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6월 말 722조2928억 원이던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8월 말 기준 664조730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949조3998억 원에서 1005조2319억 원으로 늘었다.
이자 부담이 적은 저원가성 자금이 빠져나가고 비용이 큰 정기예금이 그 자리를 채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자마진(NIM)은 1.51%로 그룹 전체(1.75%)를 밑돈다. 경쟁사인 KB국민은행(1.76%), 신한은행(1.6%), 하나은행(1.61%), 농협은행(은행·카드부문 합산 1.74%)과 비교해도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리를 무기로 삼기에는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 넉 달 남은 임기, 연임 심사대 오르는 정진완
정 행장은 2024년 11월 29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의 단독 추천을 받아 이듬해 1월 취임했다. 임기는 2년으로 올해 말 만료되며, 거취는 연말 자추위에서 결정된다.
취임 첫해인 2025년의 무게중심은 실적이 아니었다. 정 행장은 취임사에서 '진짜 내부통제'와 고객 중심을 앞세웠고, 계파 갈등 해소와 내부 인원에 의한 금융사고 관리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우리은행은 지난해 '3조 클럽'에서 이탈하며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보다 후퇴한 순이익을 냈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인 이유다.
정 행장은 1월 2일 신년사에서 "2026년은 우리에게 경쟁은행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고, 7월 2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하반기에는 확실한 성과를 만들고 경쟁은행과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자"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정 행장은 "전체 직원의 90%가 넘는 임직원 1만2천여 명이 우리사주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한 만큼,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생산성과 성과를 높여 기업가치 제고로 연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쌓인 성적표는 우호적이지 않다. 순이익은 11.9% 줄었고, 순이자마진(NIM)은 4대 은행 가운데 최하위고, 순이익도 마찬가지다. 5월에는 50조 원에 가까운 규모의 서울시금고 1금고 탈환에도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