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자회사와 유령회사를 통해 수출 제재 대상 목록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미국산 반도체, 서버 등을 입수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인스퍼 그룹 빌딩이 2024년 10월24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서 있다. ⓒ위키피디아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각) 중국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인 '인스퍼'가 2023년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올랐지만 미국 자회사 '아이브르'를 설립해 미국의 제재를 우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군부와 정부는 10여년 전 외국 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스퍼의 서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2020년 인스퍼를 중국 군수업체 목록에 포함시켰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2023년에 인스퍼가 군용 슈퍼컴퓨터 제작을 위해 미국 기술을 이용하려 했다며 해당 기업을 제재 대상 목록에 올렸다. 미국 기업들은 이 조치로 특별 허가 없이는 인스퍼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데이터분석업체 임포트지니어스와 함께 분석한 무역 기록에 따르면, 아이브르는 2024년 4월~2026년 2월 사이 미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최소 56억 달러(약 7조5천억 원)상당의 첨단 기술을 수출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컴퓨터와 엔비디아 장비 30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이 포함됐다.
해당 서버와 컴퓨터, 장비 일부는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데이터 센터와 기술 기업에 공급됐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 기업에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법은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제재 대상 목록에 오른 기업을 대신해 미국 기술로 제조된 수출 제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의 AI 데이터 센터에 원격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규제는 거의 없다.
나머지 장비는 인스퍼의 글로벌 자회사 네트워크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한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거쳐 중국에 위치한 회사에 도착했다. 마긴프라는 이런 중국 회사 가운데 하나로, 중국 계약 및 조달 기록에 따르면 중국 대학과 국영 기업에 고성능 컴퓨터를 공급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안보 관련 미국 싱크탱크 C4ADS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 연구와 연관된 일부 중국 대학들이 마긴프라와 인스퍼에게 첨단 컴퓨터 칩이 탑재된 서버를 요청했다"며 "실제로 확보한 사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마긴프라는 서류상으로는 인스퍼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다만 기업 기록에 따르면 마긴프라 모회사의 법정대리인은 인스퍼의 자회사 또는 투자 파트너와 관련된 회사에서 직책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데이터 플랫폼인 와이어스크린에 따르면 마긴프라가 등록한 특허 가운데 상당수도 인스퍼에서 근무했던 발명가들이 출원했다.
뉴욕타임스는 "1일 기자가 마긴프라의 중국 주소를 방문했을 때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며 "같은 층 직원들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건물 안내원들은 마긴프라라는 회사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임포트지니어스의 윌리엄 조지 연구 책임자는 무역 기록을 분석한 후 마긴프라에 관련해 "중국 정부가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지원하는 네트워크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