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72) 감독이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다시 세계 영화의 한복판에 섰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이 2026년 9월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가능한 사랑’(Possible Love) 프리미어에 참석하고 있다. ‘가능한 사랑’은 9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베네치아 83’에 초청됐다. ⓒEPA/연합뉴스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이 6일(현지시각)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 살라 그란데(Sala Grande)에서 처음 관객을 만났다.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한 가운데 1032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오른 뒤 기립박수로 영화에 화답했다.
이창동 감독이 이번에 카메라를 가져다 댄 곳에는 두 부부가 있다. 깊은 트라우마를 안은 채 하루 하루를 버텨온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노심초사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그들 앞에 카메라를 들고 삶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다. 서로 다른 계급적 배경과 삶의 궤적을 지닌 네 사람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고,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도리어 자신의 삶과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가 2026년 8월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가능한 사랑’이 더욱 각별한 것은 이창동 감독이 전도연, 설경구와 오랜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도연은 ‘밀양’ 이후 19년 만에, 설경구는 ‘오아시스’ 이후 23년 만에 이창동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반면 조인성과 조여정에게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과의 첫 만남이다. 이창동의 영화적 세계를 이미 통과해본 배우들과 처음 그 세계에 발을 들인 배우들의 만남은 ‘가능한 사랑’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긴장이다.
베니스에서 영화를 먼저 만난 해외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벌처(Vulture)는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이창동 감독의 인간을 관찰하는 시선은 단연 정점에 서 있다”며 인물의 내밀한 감정과 사회적 현실을 함께 관통하는 그의 통찰을 높이 평가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섬세하게 조율된 연출과 아름다운 연기, 소설적인 결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데드라인(Deadline)은 “네 명의 주연 배우 모두 각자의 연기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며 앙상블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전도연 연기에 대한 평가는 인상적이었다. 인디와이어(IndieWire)는 “‘밀양’의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또 한 번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명연기를 선보인다”고 극찬했다.
이창동 감독이 2026년 9월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가능한 사랑’(Possible Love) 프리미어에 참석하고 있다. ‘가능한 사랑’은 9월 2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베네치아 83’에 초청됐다. ⓒEPA/연합뉴스
‘가능한 사랑’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결국 제목에 있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 8월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에 여러 내용이 들어 있지만, 사랑에 관한 영화라는 게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랑이 너무 쉽게 이뤄지면 이야기로 만들어질 이유가 없다. 사랑 이야기는 불가능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고 제목을 붙이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했다.”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시’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버닝’으로 칸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돌아와 내놓은 것은 또 하나의 질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베니스 살라 그란데를 가득 채운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그 질문이 이제 관객에게 건너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