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몇천 원의 배달비나 무료 쿠폰으로 그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앱(애플리케이션)에서 필요한 상품을 고르고, 잠시 뒤 집 앞에 도착한 신선식품을 받아든다.
이처럼 배달앱을 통한 소량 장보기가 일상이 되면서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쟁 무대도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SSM업체들은 자체 온라인몰에 머물지 않고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외부 플랫폼으로 입점을 넓히며 퀵커머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슈퍼 신천점에서 롯데슈퍼 직원이 배달 기사에게 주문 상품을 전달하고 있다. ⓒ롯데슈퍼
롯데슈퍼는 7일 쿠팡이츠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전국 170여 개 매장에서 쿠팡이츠를 통한 즉시배송을 시작한다. 쿠팡이츠 이용자는 음식 주문뿐 아니라 인근 롯데슈퍼의 상품을 확인하고 장보기 상품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롯데슈퍼까지 합류하면서 주요 SSM업체들의 외부 배달앱 입점 경쟁도 한층 확대됐다. GS더프레시는 쿠팡이츠·배달의민족·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과 연계하고 있다. 요기요와 함께 식료품과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요마트’를 선보였고, 네이버 쇼핑의 장보기 채널에도 입점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쿠팡이츠를 통해 즉시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배달앱을 통한 장보기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결제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달의민족·GS25·CU·쿠팡이츠·올리브영·SSG닷컴·이마트24·컬리·GS더프레시 등 주요 퀵커머스 리테일 브랜드의 신용카드·체크카드 결제금액 기준 순결제추정금액은 7조6천억 원에 달했다.
SSM업체가 외부 플랫폼을 선택하는 이유는 이미 이용자가 모여 있는 공간에 상품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자체몰을 다시 찾지 않아도 기존 배달앱에서 장보기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음식 주문 전후에 생필품을 추가 구매하거나 식사와 장보기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수요도 흡수할 수 있다.
배달앱 입장에서도 SSM 점포는 장보기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이다. 별도의 대형 물류센터를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도심 곳곳에서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SSM은 상품과 점포망을 제공하고, 배달앱은 기존 이용자와 배송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 퀵커머스는 SSM의 보조적 판매 방식에서 주요 판매 채널로 커지고 있다. GS더프레시의 올해 상반기 퀵커머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9% 증가했다. 2분기 전체 매출에서 퀵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9.9%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올해 1~5월 퀵커머스 매출이 1년 전보다 40.6% 늘었다.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SSM의 경쟁력은 생활권 안에 얼마나 많은 점포를 확보했는지, 소비자와 얼마나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는지에 달려 있었다. 이제는 점포 입지뿐 아니라 배달앱에서 상품이 얼마나 잘 노출되는지, 어떤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지, 주문한 상품을 얼마나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같은 배달앱 안에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다른 슈퍼마켓이 한 화면에서 경쟁한다. 소비자는 매장과의 거리뿐 아니라 앱에 어떤 상품이 올라와 있는지, 실제 재고가 있는지, 배달비가 얼마인지, 언제 받을 수 있는지를 함께 비교한다. 상품 구색과 가격은 물론 재고 관리와 주문 처리 속도까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점포의 역할도 달라졌다. 점포는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는 매장이면서 동시에 배달앱 주문을 처리하는 도심 물류 거점이 됐다. 매장 운영 역량 역시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 상품 등록과 재고 관리, 주문 처리와 배송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SSM의 경쟁력은 이제 매장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배달앱에서 상품을 얼마나 잘 노출하고, 주문받은 상품을 얼마나 빠르게 전달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되고 있다. 배달앱이 새로운 진열대가 되면서 SSM 점포는 매장이자 도심 물류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