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결국 총파업에 돌입했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전환에 따른 노동환경 변화와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노동자와 회사 사이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결과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등을 통한 금융경쟁력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3일 은행회관 로비에서 열린 '9·4 1차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노조는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주 4.5일제 도입, 청년 채용 확대, 실질임금 인상,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 총인건비제 전면 개편 등을 핵심 안건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8월12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96.0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이동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과 김현준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학영·김주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도 집회 현장을 찾았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무책임한 교섭 태도를 보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4월부터 30여 차례 실무교섭과 대표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파업 현장에 나온 것은 사용자 측의 무책임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영업점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객이 몰리는 영업점에서 제대로 된 점심시간조차 보장받기 어렵고, KPI와 실적 압박 속에서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비대면 금융거래와 AI·디지털 전환으로 금융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영업시간 단축을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사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책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주요 기관을 분산시킬 경우 국가 금융경쟁력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싱가포르·홍콩 등 주요 금융도시가 금융기관과 전문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라며 “우리가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이유는 정치적 이유도, 단순히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서도 아니며 대한민국 경제와 금융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1차 총파업을 계기로 사측의 전향적 교섭안 제시를 촉구했다. 노조는 또한 앞으로 있을 교섭에서도 사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핵심 요구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추가 총파업을 포함해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오늘의 총파업은 어느 하나의 요구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노동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키고,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넓히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
며, 우리의 일터와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