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청탁'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정치권 공방도 더욱 뜨겁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의혹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임상시험 승인을 서둘러 달라는 민원을 전달했다는 논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오간 문자와 정치후원금 문제, 사건 관계자들과의 친분 관계, 당시 판사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추가로 공개되면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 측과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윤석열 정부 검찰이 수년간 수사하고도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방어 논리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4일 오전 충남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승원 후보자의 식약처 로비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향해 "본인이 성찰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고 갑자기 총기 난사를 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청문회에 관심을 둘 게 아니라 자기 청문을 하셔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의원이 하루 사이에 20여 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올리며 김 후보자를 집중 공격했다. 한 의원은 브로커 양모씨의 부탁을 받은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직접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고, 이후 실제 임상시험 승인이 이뤄진 만큼 단순 민원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와 브로커, 당시 영장전담판사가 함께 찍은 사진과 술자리 관련 문자까지 언론에 보도됐다며 불똥은 법원까지 튀었다. 한 의원은 사진에 나온 판사가 관련 사건의 영장심사를 맡은 경위까지 규명해야 한다며 인사청문회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특검을 통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김 후보자는 일관되게 청탁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해 치료제 임상시험이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고충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며, 식약처장에게 답변을 받은 뒤 이를 민원인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승인 여부를 확인하거나 식약처 실무진에게 별도로 연락하지 않았다는 게 김 후보자 측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국회의원으로서 관내 대학의 산학협력단 주도로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던 국내 중소기업의 임상시험 절차를 공정하게 살펴봐 달라는 공익적 고충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민원 전달의 대가로 정치후원금이나 금품을 요구하거나 약속받은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던 시점이 윤석열 정부 시절이었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도 전형적인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의 정적 죽이기 수사였다"며 "정치검찰이 위법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로 만들어 놓은 의혹을 다시 정치공세의 재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4일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이 사람(김 후보자)이 돈을 받을 목적이다라고 왜곡시키는 그 검사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며 "내용을 보면 이것은 그냥 정치인들의 행위 중에 하나인데 3년 동안 검사가 11명이 투입돼 털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해명과 민주당 방어 논리가 곧바로 여론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졌던 수사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의혹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인 데다 당시 수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현재 공개된 문자와 사진, 후원금 내역 등 개별 사실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YTN 뉴스NOW에서 "김 후보자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이미 이뤄진 것이지만 정치적, 윤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어쨌든 (의혹들의) 모양이 굉장히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법무장관은 검찰과 사법행정을 관장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고위공직자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사법절차에 대한 신뢰가 요구된다. 이에 과거 수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만으로 관련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다른 자리가 아니라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데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는 게 좋지 않다"며 "특히 브로커와 판사, 김 후보자가 같이 찍힌 사진이 나오면서 내란 사건 재판을 맡았던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자리 사진에 맹공을 펼쳤던 민주당을 두고 '내로남불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탁 의혹과 관련해 철저 규명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약 뇌물 사건이 점입가경인데 기소유예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뇌물 관련 사건의 기소유예자가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 소관 부처의 장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의혹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15일에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이 개각 발표 이후인 9월1일부터 3일까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평가에서 부정평가가 51%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부정평가 이유로 '인사'(9%)가 3위를 차지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