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교육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자 교원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직 오래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운 1·2학년 아이들에게 더 긴 수업시간이 교육이 아니라 피로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실에서 잠 자는 아이들. AI 합성 이미지.
국가교육위원회는 9월3일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열고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 논의 관련 학생 인식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1학년 1만2024명, 2학년 1만7112명 등 모두 2만9136명이 참여했다.
아이들의 대답은 비교적 분명했다. 담임교사와 6~7교시까지 수업하고 오후 3시에 하교하는 상황을 가정해 어떻게 느낄 것인지 묻자 응답자의 65.5%가 “수업을 너무 오래 해서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답했다. “교실에서 더 오래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6~7교시까지 수업이 이어질 때 가장 걱정되는 점 역시 ‘피로’였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해서 힘들고 피곤하다’는 응답이 45.5%(1만3270명)로 가장 많았다. ‘학원도 늦게 끝나고 놀 시간이 줄어든다’는 답변이 27.7%(8072명), ‘부모님·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답변이 26.8%(7794명)로 뒤를 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7.6%(1만3878명)는 ‘놀이터나 집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놀기’를 골랐다. 45.2%(1만3156명)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부모님·가족과 시간 보내기’를 선택했다. ‘학원에 가거나 공부하기’를 택한 학생은 7.2%(2102명)에 불과했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육시간 확대 논의가 시작된 직후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학습 피로가 쉽게 쌓이고, 통제된 교실에 오래 머물수록 스스로 쉬고 자유롭게 놀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충분히 쉬고 뛰어놀며 가족과 관계를 맺는 시간 역시 이 시기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교육의 시간’이라는 주장이다.
교사들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학년 담임 경험이 있는 전국 초등교사 46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7%가 교육시간 확대가 학생의 학습과 정서·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99.1%는 초등학교 1·2학년이 피로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적정 학교 체류시간으로 ‘오후 1시30분 이전, 5교시 이내’를 꼽았다.
한편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의 하교시간과 부모의 퇴근시간 사이에 생기는 돌봄 공백은 오랫동안 일·육아 양립 정책의 숙제로 꼽혀왔다.
정부는 이 같은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2023년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시작해 2024년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됐다. 정규수업 외에도 학교에서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해 특히 저학년의 이른 하교로 생기는 돌봄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전국 확대 약 2년 만에 초등학교 저학년의 정규 교육시간 자체를 늘리는 방안이 다시 논의되면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방과후 돌봄을 강화하는 것과 정규 교육시간을 늘려 모든 학생의 학교 체류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돌봄 공백의 해법을 아이들의 학교 체류시간 연장에서 찾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시간 확대에 앞서 방과후 돌봄 체계를 보완하는 한편, 부모가 자녀의 하교시간에 맞춰 퇴근하거나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근무 확대 등 일·육아 양립을 위한 근무 환경 개선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들의 학교 체류시간을 늘려 부모의 노동시간에 맞추기보다, 부모가 아이들의 생활시간에 맞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