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한 네팔 대홍수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와 암석 붕괴가 지목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존에는 드물게 관측되던 자연현상이 최근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기상 이변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이한 자연현상. AI로 생성한 이미지.
지난 26일(현지 시각) 네팔과 중국 국경에 걸친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사흘째인 28일까지 양국에서 모두 47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경찰은 지난 26일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이날까지 46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인근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 이번 홍수와 연관된 산사태 등으로 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양국의 전체 사망자는 472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도 대규모로 발생했다. 네팔에서 977명, 티베트에서 55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양국 전체 실종자는 1천535명에 달했다.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피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너진 얼음과 암석이 렌데강 상류를 막으면서 새로운 호수가 형성됐고, 이 호수의 수위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팔 재난 당국은 하류 주민과 구조대원들에게 강둑과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일부 구조대원들은 전날부터 강바닥에서 고지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홍수는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지역의 기후환경이 변화하면서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붕괴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빙하호 붕괴(GLOF)·산사태·빙하 및 암석 붕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이처럼 기존에 자주 관측되지 않던 자연현상이 나타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어토네이도
2018년 영국 중남부에서 관측된 파이어토네이도. ⓒ로이터=연합뉴스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강한 상승기류와 회전하는 공기가 만나 화염과 연기를 소용돌이 형태로 끌어올리는 '파이어 토네이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2003년 호주 캔버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 이러한 현상이 관측된 이후 관련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 이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등에서 파이어 토네이도가 반복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식생의 수분 함량이 낮아지면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회전하는 공기가 만들어지면서 화염이 소용돌이치는 파이어 토네이도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산불의 발생과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고온·건조한 환경이 잦아지면서 파이어 토네이도의 발생 가능성과 관련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월 24일 스페인 중부 마드리드 서부를 비롯한 서유럽 산불 다발 지역에서는 파이어 토네이도가 직접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파이어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전조 현상인 '화재 적란운'이 관측됐다. 올해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으며, EU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2026년 6월이 서유럽에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발표했다.
서유럽 6월 평균기온은 20.74°C로 1991~2020년 평균보다 3.05°C 높았고, 6~7월 평균기온은 21.62°C로 평년보다 2.79°C 높아 2022년 기록을 경신했다.
바다콧물
2021년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아시아 쪽 해안이 '바다의 콧물'로 불리는 해양 점액으로 뒤덮여 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해양에서도 기후환경 변화와 관련된 특이 현상이 나타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도하게 번식해 녹색띠를 형성하는 녹조가 심해지면 ‘바다콧물’(sea snot)로 불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배출한 끈적한 점액성 물질이 바다 표면을 뒤덮으면서 붙은 이름이다. 바다콧물의 형성에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오염물질과 수온 상승, 정체된 해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온이 높아지고 해양 열파가 잦아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식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바다콧물 자체가 직접적인 독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대량으로 형성될 경우 해수의 산소 교환을 방해하고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21년 터키 이스탄불 앞바다에서 대규모 바다콧물이 형성돼 수개월 동안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 바 있으며, 이후 지중해·흑해 등지에서 수온 상승과 해양 열파와 연관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바다콧물 현상은 2007년 전후부터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으며, 최근에는 수온 상승과 해양 열파 등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식 빈도와 지속 기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눈 내리는 사하라
눈 내린 사하라 사막. ⓒX(옛 트위터)
사막에서도 평소와 다른 기상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2024~2026년 겨울철에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 특히 알제리 아인세프라(Ain Sefra) 등 사하라 사막 북단의 고지대를 중심으로 드물게 눈이 내리는 모습이 관측됐다.
사하라 사막은 일반적으로 고온·건조한 환경이 이어지는 지역이지만, 겨울철 고지대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경우 적설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대기 순환의 변화로 북대서양이나 지중해에서 차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사하라 북단에서도 눈이 내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1979년 이후 2016년까지는 거의 ‘단발성 희귀 사건’이었는데, 2016년을 기점으로 2017·2018·2021·2022·2025·2026 등 겨울철에 눈·서리가 반복 보고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