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정교유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한학자 총재가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넨 혐의와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한 쪼개기 후원, 김건희씨에게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통일교와 정치권의 정교유착 핵심 혐의에 사법부의 유죄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김씨의 대법원 재판과 국민의힘에 미칠 후폭풍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31일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5년, 나머지 혐의에 징역 8년 등 모두 징역 13년을 구형했지만 선고형은 크게 낮아졌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한 쪼개기 후원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후원금 마련을 위해 통일교 자금을 지역 지부장 등의 계좌로 이체한 행위는 불법영득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인멸교사와 일부 횡령 혐의는 특검법상 수사 대상과 관련성이 없다며 공소기각했다.
여기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범행을 주도한 점과 한 총재가 횡령액을 변제한 점 등도 양형에 반영함에 따라 구형보다 크게 낮은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통일교가 대선을 교세 확장의 기회로 보고 후보를 지원한 뒤 새 정부에서 국가적 지원을 받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고 정교유착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한 총재 측 주장과 달리 통일교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한 총재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 김건희씨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김씨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받은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윤 전 본부장의 유죄가 이미 확정된 데 이어 한 총재에게도 유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동일한 금품 제공을 둘러싼 관련자들의 유죄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 총재 사건은 별개 재판인 만큼 김씨의 상고심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준 쪽'과 '전달한 쪽'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모두 나온 상태에서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됐다.
국민의힘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서는 통일교 자금 1억4400만 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전달된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통일교와의 관계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나 권성동 전 의원 등 일부 인사의 문제로만 선을 긋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종교단체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소속 정치인들을 활용한 정황이 법원에서 잇따라 인정되면서 국민의힘을 둘러싼 정교유착 의혹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