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쇠고기 가공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했던 농촌 표심을 잡으려는 목적이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전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이번 조치로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으나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내 쇠고기 공급 현황과 맞물려서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는 역대급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과 공급량 측면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제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소들이 2026년 3월31일 미국 노스다코타주 만단시 인근 목장에서 모여 있다. ⓒAP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SNS 트루스소셜에서 "농민과 목장주들이 자신들의 식품을 직접 가공할 수 있게끔 권리를 부여하는 법적 문서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기존 연방법은 소규모 농부와 목장주가 미국 농무부(USDA) 승인을 받은 육류 가공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한 지역 사회에서 고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육류 가공 시설의 수는 점점 줄고 있어 소규모 농부들과 목장주들은 몇 개월 전부터 시설을 예약해 주 경계를 넘어 몇 시간 동안 운전해서 소를 도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미국 내 쇠고기 가격을 내리고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공화당 지지층인 농가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표심 얻으려 쇠고기 가공 규제 완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공 규제 완화는 성난 농부들과 목장주 민심을 달래려는 목적이다. 이번 규제 완화 정책의 자세한 내용은 현지시각으로 31일에 발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쇠고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오는 9월1일부터 90일 동안 쇠고기 다짐육 30만 톤을 미국에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USDA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쇠고기 소비의 2% 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에 미국농민연맹, 가축유통협회, 미국축산협회, 미국목장주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26일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성명서에서 "이번 발표는 이미 소 시장에서 소 가격을 급격히 하락시켰다"며 "미국 소 사육에 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생산자들이 이뤄낸 성과를 무산시킬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미국산 쇠고기 가격도 내려갈까? 미국 내 공급도 부족해, 호주산에 밀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전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한국은 2025년에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및 부산물 22억3천만 달러(약 3조 원)를 수입해 일본의 17억6천만 달러(약 2조4천억 원)를 제쳤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쇠고기 규제 완화로 쇠고기 공급이 늘어 미국 내 쇠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 역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실제 미국 현지에서 2015년 말에 도축 물량이 크게 증가하자 한국에서 2015년 2월 1kg당 9천 원대였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단가가 2015년 12월에는 7500원대까지 급락한 사례가 있다.
다만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과거처럼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의 소 사육두수가 75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라 미국에서도 소고기 가격 하락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USDA가 18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미국 쇠고기 총 생산량은 249억6700만 톤으로 지난해의 269억8천만 톤보다 7.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량은 23억3300만 톤에 그쳐 지난해에 비교해 1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 NPR은 5월29일 미국 소 사육두수 감소 원인으로 디젤유 가격 상승 및 소 사료 재배에 쓰이는 비료 가격 상승을 들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로 미국 농기구에 쓰이는 수입 기계 부품의 가격 역시 증가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더 빈번해진 가뭄과 산불 등 기후 이변도 축산 농가에게 타격을 줬다. 2020년 봄에 시작한 가뭄이 2026에도 지속되면서 소떼 규모가 각 주에서 크게 줄었다.
올해 6월 동물의 살을 파고들어 알을 낳는 '신세계 나사벌레'에 감염된 사례가 60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발견되자 트럼프 정부는 나사벌레 감염 위험을 이유로 멕시코산 소를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멕시코산 소 1백만 마리의 수입이 금지되면서 미국 내 소 공급 부족은 더 심화됐다.
가공 규제 완화가 소고기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국 텍사스주 A&M 대학교 데이비드 앤더슨 농업경제학 교수는 28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농장 내 도축량에 관해 "매우 미미한 수치일 것이다"며 "더 큰 시장 전체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함께 대한국 쇠고기 수입 양대산맥을 이루는 호주에서는 올해 사상 최고 수준의 쇠고기 생산량을 기록할 전망이 제기된다. 호주축산공사는 20일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298만5천 톤의 쇠고기를 생산해 1978년 후 최고 도축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호주산 쇠고기가 가격과 공급량 측면에서 올해 미국산 쇠고기를 제칠 가능성이 보이는 이유다.
올해 1월1일부터 미국산 쇠고기는 무관세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축산물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1분기와 2분기 모두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이 각각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23.4%, 22.7% 증가해 미국산의 14.2%, 1.6%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호주산 쇠고기의 한국 내 수입산 쇠고기 시장 점유율 역시 조금씩 늘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는 2023년에는 한국 내 수입산 쇠고기 시장의 19.0%를 기록했으나 점점 증가해 2025년에는 21.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