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냉장고에서 쉽게 꺼내 마시는 생막걸리지만, 바다를 건너는 과정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조 이후에도 발효가 이어지는 특성상 장거리 운송과 현지 유통 과정에서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막걸리 업체들은 국내에서 팔던 제품을 그대로 해외에 보내기보다 수출 전용 제품을 따로 만들고, 발효를 안정화하거나 살균 공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해외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맛과 알코올 도수까지 달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평주조의 수출 전용 플레이버 막걸리 ‘지평말차’와 ‘지평리치’. 지난 4월 해외 시장에 먼저 출시한 뒤 최근 국내에도 선보였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30일 막걸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류 소비 부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수출 전용 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그대로 해외에 내보내기보다 장거리 운송과 현지 유통 여건을 고려해 제품을 별도로 설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 소비자의 입맛까지 반영해 맛과 도수 등을 달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평주조는 '수출용' 따로 개발
지평주조는 최근 신제품을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선보이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의 순서를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 검증한 막걸리를 해외로 수출하는 대신,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새로운 막걸리를 개발한다. 현지 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반응을 확인한 제품을 국내 시장으로 다시 들여오기도 한다.
지난 4월 미국·일본·동남아시아 등 주요 수출국에 먼저 출시한 ‘지평말차’와 ‘지평리치’가 대표적이다. 해외 소비자에게 익숙한 말차와 리치 맛을 접목한 수출 전용 제품으로, 현지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 두 제품은 알코올 도수를 5.6도로 설계해 비교적 낮은 도수의 막걸리를 선호하는 소비자층도 겨냥했다. 해외에서 먼저 선보인 두 제품은 지난 7월 국내에도 정식 출시됐다.
이러한 출시 전략과 함께 지평주조는 해외 유통 자체를 전제로 제품을 별도로 설계하는 전략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그대로 수출하기보다 장거리 운송과 현지 유통 환경에 맞춰 별도의 수출 전용 제품군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지평생막걸리’의 풍미를 해외에서도 최대한 유지하도록 개발한 ‘지평프레시’와 국내 ‘보늬달밤’을 해외 유통 환경에 맞춰 별도로 설계한 ‘지평달밤’을 수출 전용 제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평주조는 수출용 막걸리의 핵심을 장거리 유통 이후에도 맛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수출 제품에 저온살균법을 적용한 효모안정화 제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 유통에 필요한 소비기한을 확보하면서도 막걸리 특유의 곡물 풍미와 은은한 단맛, 산미 등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해외 시장 확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1년 전보다 540%가량 증가했다. 지평주조의 수출 국가는 2024년 7개국 수준에서 현재 미국과 일본, 호주,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16개국으로 늘었다. 지평주조는 올해 안에 수출국을 20개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장수는 거리 따라 막걸리도 달랐다
서울장수는 해외 시장에 하나의 막걸리만 내보내기보다 유통 거리와 환경에 따라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를 함께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신선한 맛을 강점으로 하는 생막걸리는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온도 관리와 소비기한 확보가 과제가 되는 만큼 비교적 가까운 시장에 공급하고, 장거리 유통이 필요한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긴 유통이 가능한 살균막걸리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이 전략에 따라 서울장수는 장거리 판매가 가능한 살균막걸리의 수출 지역을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4월부터 살균막걸리 ‘월매’를 인도네시아에 처음 수출하기 시작했다. ‘월매’는 살균 처리와 캔 용기 등을 적용해 유통기한을 늘린 제품으로, 장거리 운송과 현지 유통망 확보가 필요한 해외 시장 공략에 활용하고 있다.
월매는 현지에서 복숭아와 청포도 등 과일 맛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판매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매는 2024년 기준 약 1500만 병이 판매됐으며, 해외 판매 매출은 13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0% 증가했다. 2024년까지 5년 동안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도 12.3%를 기록했다.
반대로 장거리 유통에 제약이 있는 생막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서울장수는 수출 과정에서도 생막걸리 특유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통기한을 최대 90일까지 늘린 수출 전용 제품 ‘장수90’을 운영하며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판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장수90의 2024년 연간 수출 물량은 1년 전보다 28%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수출량이 34% 늘었고 베트남에서도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수출을 본격화한 일본에서는 올해 4월 기준 수출 개시 1년 만에 월평균 수출량이 80%가량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