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가 지난 지 1주일째지만 여전히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이 1973년부터 2025년까지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연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과거 10년의 2.2배, 열대야는 12.2일로 3배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는 여러 분야에서 막대한 피해를 낳지만 농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국회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를 개정했지만, 기존 사후 보상체계를 일부 손질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기상 데이터를 피해 판정에 활용하자는 후속 법안은 4개월 넘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머물러 있어, 급격한 기온 상승에 따른 농가 피해에 입법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산청군 한 농가에서 기르는 단감이 폭염으로 일소 피해(강한 햇빛에 과실 표면이 데이는 현상)를 입었다. ⓒ연합뉴스
30일 전국 곳곳에서 한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이날 낮 최고 기온 29도 기록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대표적 농업 지역인 전남 나주는 30도, 경북 안동은 30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에 따른 여름철 이상 고온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농가의 보험 의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역대 최고인 57.7%를 기록했다. 지난해 폭염·산불·호우·냉해 등으로 피해를 본 농업인 28만1천 명에게 지급된 보험금만 1조3932억 원에 달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정부가 순보험료의 약 50%와 운영비 전액을 지원하고 보험사업자가 실제 계약과 보상을 담당하는 정책보험이다. 그럼에도 가입률은 여전히 대상면적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국가별 대상 품목과 가입률 산정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미국은 옥수수·콩·밀 등 8대 주요 밭작물 재배면적의 약 89%가 연방농작물보험에 가입돼 있다. 스페인도 2025년 기준 과수 재배면적의 80%, 곡물 등 대규모 노지작물의 64%가 농업보험에 가입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 8월1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국회 농해수위와 본회의를 거쳐 개정된 법은 기후위기에 따른 농업재해 증가와 보험 사각지대 개선 필요성을 개정 배경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개정의 중심은 대규모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료 할증 제외 등 기존 보상체계를 보완하는 데 맞춰졌다.
국회 안에서도 현재 보험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기상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법안이 이미 제출됐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4월 기상청의 기상특보 등 객관적 기상현상이 관측됐을 경우 해당 재해와 농작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정 부분 추정·인정하고, 기후변화 예측 정보를 활용한 보험 보상범위 개발을 법에 명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폭염과 가뭄이 겹친 7월31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오룡저수지의 바닥이 갈라진 채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발의 이튿날인 4월17일 농해수위에 회부된 뒤 4개월 넘게 소관위에 계류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농가 피해에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국회 안에서도 제기됐지만, 아직 실질적 진척이 없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기후 데이터를 보험금 지급 과정에 직접 활용하는 방식도 이미 도입됐다.
스페인은 가뭄에 따른 목초지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에서 농가가 일일이 피해를 입증하는 대신, 위성으로 측정한 식생지수(위성영상으로 농작물의 생육·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 등을 활용해 피해 정도를 판정한다. 우리나라처럼 농민들이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라는 점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기후·위성 데이터를 보험 판정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보험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의 정교한 운용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국회가 보험 예산 확대에만 속도를 내는 사이 실제 보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농업수입안정보험의 경우 품목별 실제 가입률 편차가 큰데도 목표 가입률을 일률적으로 설정해 예산 산정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농업계에선 기후재난의 빈도와 양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농해수위 역시 농업보험 체계 전반의 개선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