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그룹 내 파업 불길이 여전히 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운 갈등의 축으로 부각된 곳은 현대모비스다. 현대차 노사 합의와 별개로 움직이는 현대모비스 하청 노동조합이 연속 부분파업을 예고하면서, 그룹의 하반기 생산 만회 계획을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모비스와 하청 노조의 갈등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전면화됐지만, 핵심 갈등은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하는 사업매각을 향한 내부 반발이다.
현대모비스 하청 노동조합이 연속 부분파업을 예고하면서, 그룹의 하반기 생산 만회 계획을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은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8월27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언하는 모습. ⓒ현대모비스
8월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자회사 모트라스 노조는 8월26일 오전과 오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8월28일 추가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하루 파업의 파장은 즉각 나타났다. 모듈과 전장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상당수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떨어졌고 일부 라인은 가동을 멈췄다. 완성차 생산은 적시생산방식을 따르고 있어 부품 계열사 한 곳이 멈추면 완성차 라인이 곧바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공교롭게도 파업은 현대차 노사가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벌어졌다. 완성차 교섭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자마자 부품 계열사에서 새 전선이 열린 것이다. 현대모비스 노사도 현대차를 따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하청 노조의 반발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현대모비스 하청 노조의 갈등이 전면화된 계기는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다.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되면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현대모비스 자회사·하청업체 25개 지회 조합원 7301명이 원청인 현대모비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사장은 당장 8월31일 나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중노위는 현대차의 하청 노동자에 관한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재심 판결을 내린다. 중노위가 원청 사용자성 범위를 넓게 인정하면 현대모비스 역시 하청 노조와 직접 마주 앉아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초심을 진행한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미 현대차에 하청 노동자와 직접 교섭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대차가 불복해 사건이 다시 중노위로 넘어갔지만 업계에서는 중노위가 초심 판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란봉투법은 현대모비스 노사 갈등의 원인은 아니다. 현대모비스 하청 노조가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실질적 이유는 이 사장이 추진하는 램프사업 매각 이후의 고용 문제에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프랑스 자동차부품업체 OP모빌리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램프사업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매각 대상에는 유니투스 김천공장, 현대IHL 경주·대구공장, 현대모비스 램프 연구개발 조직이 포함됐다.
문제는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내부 반발이 누적됐다는 점이다. 당초 상반기를 목표로 했던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7월 말로, 다시 8월로 미뤄진 뒤 재차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내부 경영진인 박정훈 현대모비스 램프BU장 전무가 계약 절차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파열음이 이어졌다. 현재 램프사업 매각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하청 노조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는 8월26일 이 사장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행사에서 집회를 벌이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현대모비스 자회사 유니투스 노조는 5월 무기한 전면파업을 선언한 후 추가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