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재판부가 "본인들 전공을 살려 뮤지컬을 해도 괜찮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폭력 혐의를 다루는 재판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6일 남씨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남씨가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배심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는 취지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이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이라는 게 피해자 측 말대로 완벽하게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적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피고인 또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게 일생을 걸고 하는 재판"이라고 밝혔다.
남씨 사건 국민참여재판은 오는 11월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해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을 내는 제도다.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재판부에 대한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성폭력 사건이라고 해서 국민참여재판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일반 재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논란이 된 발언은 배심원에 대한 변론 방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양측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며 "상대편에 대한 모욕, 비난, 위협 정도가 아니라면 어떤 형태로든 허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들 전공을 살려 뮤지컬을 해도 괜찮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양측의 변론 방식에 폭넓은 자율성을 주겠다는 취지로 한 말이지만, 성폭력 혐의를 다루는 법정에서 '뮤지컬'을 직접 언급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재판이 공연이냐", "재판이 장난이냐"는 지적과 함께 "유명 뮤지컬 배우가 오니까 눈앞에서 뮤지컬 보고 싶었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남씨는 2025년 12월 서울 서초구 한 장소에서 제자인 여성을 상대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 등을 이용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씨 측은 검찰에 형사조정 절차를 요청하며 합의를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씨는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1세대 뮤지컬 배우로, 배우·연출가·교육자로도 활동해왔다. 홍익대는 지난 3월 공연예술학부 부교수인 남씨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