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이 항공기 출발 전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는 하기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해 출발이 지연된 사실을 사과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자발적 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송인 박수홍(왼쪽), 항공기 자료사진 ⓒ연합뉴스
박수홍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자발적 하기 번복에 따른 비행기 지연 출발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큰 불편함을 드렸고 항공사 관계자 분들께도 피해를 드렸다”며 “이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박수홍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당시 탑승하자마자 착석하지 못할 정도로 아이가 울어 당황한 나머지 미숙한 판단을 했다”며 “긴 비행 시간 동안 아이의 울음으로 승객 분들께 더 큰 피해를 드릴 것 같아서 당초 내리겠다는 의사를 기내 관계자 분께 전달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내에서 대기 중 아이가 울음을 그쳐 다시 탑승 의사를 밝혔는데 이로 인해 보안 검사 등 시간이 크게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적으로 항공 관련 절차에 대한 저의 무지함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며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저의 부족함으로 큰 피해를 보신 승객 분들과 항공사 관계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앞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수홍 가족과 같은 항공편에 탑승했다고 주장하는 승객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에 따르면 박수홍 가족은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괌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415편에 탑승했으며, 22개월 된 딸이 기내에서 계속 울자 자발적 하기를 요청했다. 이후 짐을 내리는 과정에서 아이가 진정되자 다시 탑승 의사를 밝혔고, 이미 내린 짐을 다시 싣는 과정에서 출발이 약 1시간 지연됐다고 전했다.
자발적 하기는 말 그대로 승객이 자신의 의사로 비행을 포기하고 항공기에서 내리는 것을 말한다.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등 건강상의 이유로 하기를 요청하는 경우부터 갑작스러운 가족의 변고 소식을 접하거나 지갑 등 소지품을 잃어버린 경우까지 이유는 다양하다. 과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이륙 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사생팬 사례가 발생하면서 항공사가 별도의 위약금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문제는 승객 한 명이 내리는 순간, 항공사 입장에서는 그 사람만 내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공보안법령에 따라 항공사는 출발 전 승객의 자발적 하기에 대비한 자체 보안절차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자체 보안절차에 따른다.
대한항공 뉴스룸에 따르면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경우 자발적 하기 승객이 발생하면 항공사는 즉시 공항상황실에 이를 알린다. 공항상황실은 관제탑과 관계기관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항공기의 운항 중지를 요청한다. 항공기가 이미 계류장에서 이동하고 있었다면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부터 항공기 전체의 보안 절차가 다시 시작된다. 공항테러대책협의회의 보안위협 평가에 따라 기내 전면 재검색 등 필요한 보안 조치가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 탑승객 전원이 항공기에서 내려야 하고, 휴대수하물과 위탁수하물이 모두 빠짐없이 하기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면 기내에 대한 추가적인 보안 점검도 진행된다.
하기를 요청한 승객은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며, 보안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승객 역시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될 수 있다.
보안 조치가 끝났다고 곧바로 이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항공사는 공항상황실에 이상 유무를 보고하고, 공항상황실은 그 결과를 관제기관에 통보한다. 이후 공항테러대책협의회가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운항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비로소 다시 출발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
해외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라면 해당 국가의 보안 지침을 따른다. 별도의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현지 공항의 보안담당기관에 사실을 알리고 협의를 거쳐 필요한 보안 조치를 결정한다.
이처럼 자발적 하기에 엄격한 절차가 따라붙는 이유는 승객 한 명의 하기가 항공기 전체의 보안 상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실제로 항공기에서 내렸다면 항공사는 해당 승객뿐 아니라 남아 있는 승객과 수하물, 항공기 내부가 안전한 상태인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통상 이 같은 절차를 모두 마치는 데는 1~2시간가량이 걸릴 수 있다. 출발과 도착이 줄줄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환승 승객은 연결편을 놓칠 가능성도 생긴다. 승객 수십~수백 명이 짐을 챙겨 항공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탑승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한다.
항공사 역시 부담이 적지 않다. 운항 지연이 길어지면 추가 급유가 필요할 수 있고, 지상 조업 비용 등 예상치 못한 비용도 발생한다. 승객 한 명의 하기가 항공기 한 편 전체의 시간과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다만 모든 자발적 하기가 같은 절차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승객의 의사와 무관한 사유로 하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된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시스템 오류로 잘못 탑승권이 발급됐거나 예약 초과로 좌석이 부족해 승객이 내리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모든 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탑승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