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중공업 회장 겸 효성 대표이사 회장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자체 개발 국산화' 승부수가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올랐다.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이 각각 GE버노바, 히타치에너지 등 글로벌 HVDC 선두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올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조현준 회장의 독자 개발 노선이 글로벌 동맹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현준 효성중공업 회장 겸 효성 대표이사 회장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자체 개발 국산화' 승부수가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올랐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8월27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가 9월1일 국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의를 앞뒀다. 이에 따라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사업의 핵심 기술인 HVDC에 관한 국내 전력기기 3사의 대비되는 접근 전략이 눈에 띈다.
◆ 조현준 회장 HVDC 기술 주권 확보
효성중공업은 경상남도 창원 사업장에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투자 비용은 3300억 원이며 완공 예정은 2027년 7월이다. 효성중공업은 공장이 완공되면 독자 기술로 시스템 설계부터 컨버터, 제어기, 변압기 등 핵심 기자재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국내 유일 HVDC 종합 솔루션 제공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전압형 HVDC 기술 보유라는 강점을 앞세워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국산 기술이 적용된 HVDC를 사용하면 전력망 유지보수는 물론, 비상시 고장 대처가 훨씬 빠르다고 효성중공업은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2025년 10월 'HVDC 산업육성전략' 보고서에서 이 점을 언급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보고서에서 "전압형 HVDC 변압기는 HVDC 시스템의 핵심 기자재이나 국내 설계·제작 기술이 부재하다"며 "해외 기술 도입 시 해외 제작사의 생산능력 및 일정 등에 따라 국내 HVDC 선로의 적기 준공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기술 국산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효성중공업의 HVDC 기술 개발은 조현준 회장이 이끌고 있다.
2026년 1월 효성그룹 블로그에 따르면 조 회장은 "HVDC는 단순한 송전 기술을 넘어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정부의 'K-전력망' 구상에 맞춰 기술로 국가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기조 아래 효성중공업은 2012년부터 HVDC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후 2024년 독자 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경기도 양주 변전소에 200MW(메가와트)급 HVDC 실증 설비를 구축해 운전 신뢰성까지 검증했다.
2026년 2월에는 주요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효성중공업은 2GW(기가와트) 전압형 HVDC 시스템의 핵심 기자재인 컨버터 밸브와 제어 시스템 등 HVDC 기술 국산화 현황을 발표했다.
효성중공업은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국내 기업이 외국 기술을 도입하면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거나 해외 로열티 지급 및 현지 인증 등 각종 제약이 따르지만, 국산 기술은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과 기술자립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효성중공업의 독자 기술은 '기술 국산화', '기술 주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효성중공업, 글로벌 기업 등에 업은 경쟁사 상대한다
반면 효성중공업의 주요 경쟁사인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은 각각 글로벌 HVDC 선두 기업 GE버노바, 히타치에너지와 손잡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대비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2025년 7월 GE버노바와 'HVDC용 변환설비 국산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약으로 두 회사는 LS일렉트릭의 HVDC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GW급 전압형 HVDC 핵심 설비인 변환 밸브 국산화를 위한 기술 협력을 본격화하는 데 합의했다.
2026년 8월25일(프랑스 현지시각)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GE버노바와 '전압형 HVDC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설립으로 국내 HVDC 프로젝트 공동 수행 등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LS일렉트릭은 부산 사업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HVDC 제품 생산 기지를 보유했으며, 변환용 변압기(C-TR) 등 핵심 기자재의 설계·제조·성능 시험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통합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5년 10월 히타치에너지와 'HVDC 기술에 관한 전략적 협력 및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히타치에너지는 2025년 10월 기준 300GW 이상의 HVDC 설치 실적과 전 세계 70% 이상의 전압형 HVDC 공급 실적을 보유했으며, 2024년 12월 국내 최초 전압형 HVDC 사업인 완도-동제주 구간 시스템을 준공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이 협력으로 HVDC 프로젝트의 계약 및 실행을 공동으로 검토하고, 정부의 국산화 정책 방향에 따라 HVDC 송전망 시스템 전반에 관한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HD현대일렉트릭은 히타치에너지와의 기술 협력과 함께 울산 사업장에 건설하고 있는 신공장을 HVDC 변압기 전용 생산시설로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서해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주요 수요처로 수송하기 위해 4개의 HVDC 송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를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며, 새만금과 수도권을 잇는 첫 번째 구간은 2030년까지 완공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기술 국산화 여부가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어느정도 영향을 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관해 기획재정부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사전 검증하는 제도다. 도로 보수, 재난 복구 지원 등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