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 택한 홍해 남단 경로마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위협받자, 이집트의 수메드(Sumed) 파이프라인을 이용한 지중해 우회로에 다시 눈을 돌렸다.
수에즈만 근처에 떠 있는 유조선 모습. ⓒ AP통신=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원유 수송 방향을 홍해 북쪽으로 돌리고, 이집트 수메드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중해로 석유를 내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운데이터업체 케플러 자료 기준으로 이 경로를 통한 원유 수송량은 6월 하루 65만 배럴 미만에서 8월 하루 190만 배럴 이상으로 급증했다. 190만 배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의 대략 약 23~28%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가 이렇게 지중해 쪽으로 뺀 원유가 아시아 주요 수입국으로 향할 경우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야 해 2~4주의 추가 시간과 배럴당 최소 5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두 번째 우회, 왜 필요했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경로 변경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위협하면서 시작됐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였으나, 이란의 군사적 위협으로 선사들이 이 해협을 우회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유전과 홍해 항구 얀부(Yanbu)를 잇는 동서 파이프라인(이스트-웨스트 파이프라인)의 가동을 최대치인 하루 700만 배럴까지 끌어올려 대응했다.
하지만 올해 7월20일 친이란 무장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연계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다시 악화됐다.
후티 반군은 7월 25일 얀부 수출 터미널과 지잔(Jizan) 정제시설을 동시에 공격했고, 이후에도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관련된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갔다.
수메드 파이프라인, 어떻게 작동하나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에 의해서 홍해의 관문인 바브알만데브 해협을 통한 남쪽 항로가 막히자, 정반대 방향 홍해의 북쪽으로 눈을 돌렸다.
대형 유조선은 수에즈 운하를 만적(가득 채운 상태) 상태로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유조선들은 홍해 서안의 아인소크나 터미널에서 원유 절반 가량을 수메드 파이프라인에 하역한 뒤, 빈 배로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 연안의 시디 케리르에서 원유를 다시 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디 케리르의 원유 하역량은 8월 셋째 주 하루 217만 배럴로 직전 주보다 약 50% 늘었으며 이 가운데 90% 가량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수출 우회로 모색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동지역의 불안정에 대한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수출국 조차 여러 해상요충지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동서 파이프라인 수송능력을 하루 200만 배럴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 파이프라인 모두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물량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