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이재명 대통령 비판에 여권 일각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장관과 의원이 잇달아 '저주를 퍼붓는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정당대회에 대한 평가, 민주당 당원에 대한 당부 등이 큰 위로가 됐다는 반응이 당원과 지지층 사이에 나온다.
유시민 작가(가운데)가 24일 밤 유튜브 채널 장인수의 '저널리스트'에 출연해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
25일 더불어 민주당 안팎에서는 유 작가의 전날 정치평론을 둘러싸고 날선 독설이 흘러나왔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2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시민은 이제 작가가 아니라 무당"이라며 유 작가를 맹비난했다. 박지원 의원도 "내란세력의 집권을 돕겠다면 커밍아웃하시고 그 길로 가라"고 독설을 날렸다.
특히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날 유 작가 방송이 공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허무맹랑한 억측과 저주", "매우 모욕적인 비난"이라고 규정하며 "함께 판 우물에 침은 뱉지 말아야 한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앞서 유 작가는 전날 밤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장인수의 저널리스트'에 출연해 약 2시간 동안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둘러싼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왕정',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증상' 등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직설적 표현이 먼저 주목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격도 주로 이런 표현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평론의 핵심은 유 작가 자신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몇가지 질문을 '품위 있는' 민주당 지지층과 공유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졌고, 작금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두고 "이성이 잠들지 않도록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관찰하며 기회가 오면 매섭게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올해 벌어진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8·17 전당대회 등을 근거로 몇가지 질문을 제기했지만, 친명계의 주된 반응은 '앙심', '무당', '반명', '내란세력' 등 몇몇 표현을 근거로 유 작가 개인을 공격하는데 전념하고 있는 셈이다.
유 작가가 첫 번째로 던진 질문은 "왜 이번 지방선거 때 '명픽'들이 떨어졌느냐"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장과 성남시장, 부산 북갑 보궐선거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고 평가받은 후보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를 여권에서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후보의 경쟁력이 된다는 기존의 확신이 실제 민심과 적지 않은 부분에서 배치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유 작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봤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대표는 당선됐지만 이 대통령 최측근인 김용 최고위원 후보는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원이 아니면서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일반 시민들이 전화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한 결과라고 분석했고, 이를 "차 유리창 하나를 깬 것"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려는 힘이 강해지는 동시에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지지층의 견제 역시 견고히 작동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두번째 질문은 왜 대통령 측근 가운데 대통령에게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유 작가는 김남국 의원의 안산갑 전략공천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서 인사청탁 논란으로 물러난 뒤 민주당 대변인을 거쳐 전략공천된 과정을 두고 "'명픽'은 그냥 전략공천을 주는 것", "이건 청와대가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더 문제 삼은 것은 김남국 의원 공천 결과보다 그 과정의 침묵이었다. 유 작가는 "내가 아는 민주당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그것에 대해 아무도 얘기를 안 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왼쪽 세 번째)와 최고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90도 각도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대표 취임 뒤 의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인 이른바 '90도 인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실세 후보한테 다 줄을 서고 당내 경선에서 불공정한 사건이 빈발해도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를 "우민화된 행태"라고까지 표현했다.
유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이 대통령이 달라졌는데 왜 달라졌는지는 자신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작가는 과거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유를 영민하고 손익 계산이 빠르며 끊임없이 학습하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지금은 학습은 중단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내가 봤던 자연인, 정치인 이재명과 지금 대통령 이재명은 아주 다른 사람 같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유 작가는 민주당 당원들의 수준을 대단히 높게 평가했다.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이 내세운 대리인이 당연히 당선될 텐데 46%의 당원과 열성지지층은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고 바라봤다. 특히 '명픽'의 핵심으로 꼽힌 김용 의원을 떨어뜨린 저력을 높게 평가했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전당대회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이르렀음에도 당원들이 버티고, 탈당도 하지 않는 사태를 보면서 "민주당의 미래는 밝다"고 바라봤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향해 "이성이 잠들지 않도록 관찰하면서 내가 당원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투표권은 탄환과 같다"고 강조했다. 지지를 철회하거나 당을 떠나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원이 돼 투표권을 확보하고 필요할 때 이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