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허위로 종결한 실종 사건의 당사자들이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허위 종결을 막고 실종 초기부터 신속하고 체계적인 수색·수사를 벌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왼쪽), 지난 24일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 ⓒtvN, 장미란 씨 가족 측 제공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25일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장미란 사건에 왜 보완수사권을 들먹이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에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준 적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경찰 재직 당시 5천 건 이상의 실종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으로 일반 성인 실종자를 별도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만 18세 미만 아동을 비롯해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과 치매환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반면 이들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성인 실종자는 별도의 법률이 아닌 경찰 내부 규정인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이 교수는 "경찰은 성인 실종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과 책임이 아무것도 없다"며 "경찰이 현재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는 실종 사건의 위험도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와 코드 제로·코드 1·코드 2 등의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법률로 강제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범죄 연관성이 의심되거나 긴급성이 높은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신고 접수 직후 현장 수색과 수사를 실시하도록 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특히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이번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논쟁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경찰관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권한을 주면서 수사를 하게 한 뒤 보완수사권을 이야기해야지, 전혀 엉뚱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검찰이 경찰 수사를 제대로 보완하지 못했다는 데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성인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충분한 초동 수색과 수사를 벌이지 않았고, 담당 경찰관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본질이다. 검찰에 사건이 송부돼 기록 검토나 보완수사가 이뤄지는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경찰의 초동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따라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논쟁에 앞서 성인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실종 사건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