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유튜버 박위의 '낙상 사고 CCTV 영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그런데 박위씨 행위에 대한 평가를 떠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감에 있어 '배려'는 어떠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다른 장애인 유투버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놓은 장벽에 '작은 구멍'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7월30일 공개한 '혼자 여자친구 선물 사러 가다가 이런 일이... 눈물이 다 나에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은 동영상의 여러 장면들. ⓒ원샷한솔OneshotHansol 유튜브 채널
앞서 박위는 21일 유튜브 채널 ‘위라클’에 올린 영상을 통해 8월14일 KTX에서 내리던 중 낙상 사고를 당했다며, 공익근무요원이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휠체어 발판이 경사로 위에 놓이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박위는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 개선을 위해 CCTV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고 장면과 근무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이른바 ‘좌표를 찍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 이후 박위의 유튜브 채널 ‘위라클’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잇따랐다. “장애인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선의를 베풀려고 해도 완벽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덕분에 이제 별로 장애인을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졌다. 동정마저도” 등이 대표적이다.
박위는 그동안 자신의 휠체어 이동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이동 환경과 편의시설 문제를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장애인의 이동과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물리적·제도적·정보적 장벽을 없애는 ‘배리어프리’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권리의 문제라는 점도 강조해왔다.
박위의 행동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이번 논란이 장애인 전체에 대한 인식으로 번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람의 행동을 이유로 해당 집단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둘러싼 장벽은 물리적인 환경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애를 개인의 건강 상태와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이나 교통수단뿐 아니라 부정적인 태도와 낙인, 차별 등을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엔 역시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물리적·환경적 장벽과 함께 태도적·제도적 장벽을 제시한다.
태도라는 장벽은 노골적 차별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장애인을 무조건 보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바라보거나 장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도움을 제공하는 행동, 장애인이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을 ‘극복’이나 ‘감동’의 사례로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장애인을 바라보는 방식과 관련돼 있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의 일상을 자신의 목소리로 보여주는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장애를 설명하거나 인식 개선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일상과 취향, 관계를 직접 보여주면서 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음을 담담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약 17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원샷한솔은 자신의 콘텐츠에서 “18살 하굣길, 한쪽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후 희귀병으로 두 눈을 잃고 점자를 배우고 맹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시각장애를 알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콘텐츠는 시각장애를 '불편'과 '한계'의 이야기로만 다루지 않는다. 점자블록과 보행로, 대중교통 이용 과정에서 겪는 불편뿐 아니라 식사와 외출 등 일상적인 모습도 담긴다.
그는 “이제 저는 당분간 눈 뜰 계획이 없다. 시각장애인이 되고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으니까”라고 말하며 시각장애 이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이 2021년 9월21일 올린 '조선시대에 휠체어가 있었다면? [이달의 휠체어]' 제목의 영상에서 '휠꾸'(휠체어 꾸미기)를 자랑하고 있다. ⓒ굴러라 구르님 Rolling GURU 유튜브 채널
약 1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뇌병변 장애인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역시 휠체어를 이용하는 일상을 콘텐츠로 소개한다. 휠체어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는 ‘휠꾸’를 비롯해 여행과 이동, 일상에서 겪는 경험 등을 다룬다.
청각장애인 유튜버 ‘하개월’은 수어와 음성언어를 활용해 농인의 일상을 소개한다. 다른 농인과 청각장애인을 초대해 의사소통 방식과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자막이 없는 온라인 콘텐츠의 접근성 문제도 다룬다.
우리는 이미 유튜브와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과 취약성을 접하고 있다. 투병 과정을 기록한 브이로그부터 희귀질환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까지,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는 콘텐츠를 통해 이전에는 알기 어려웠던 삶의 모습을 만난다.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꺼내 이야기하는 일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위로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낯선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장애인 크리에이터의 활동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고 일상을 공개하는 일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을 꺼내놓는 순간 한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과 연결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이해의 출발점이 된다. 장애인은 그렇게 ‘도움받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삶을 이야기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장애를 둘러싼 사회적 장벽은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성을 개인의 선의나 배려의 영역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동등한 사회 참여를 위한 권리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도 제기된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비장애인과 다른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장애는 한 사람의 여러 특성 가운데 하나다. 장애인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도 장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각자의 삶과 경험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동과 여행, 일과 취미, 가족과 인간관계 등 다양한 모습을 통해 장애가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