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쿠팡의 ‘가격 맞춤형 쿠폰’ 할인 비용이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다. 공정위는 네 차례나 조사를 시도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철수했다.
공정위의 불시 현장조사를 쿠팡이 거부하면서, 기업의 절차적 권리와 공정위 조사권의 법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쿠팡의 현장조사 거부는 분명 이례적이다. 그동안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던 쿠팡이 이번에는 조사관의 진입 자체를 막았고,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가 기업의 거부로 무산된 것도 처음이다. 공정위가 과태료 부과와 형사고발까지 거론한 배경도 조사 대상 기업의 전면적 조사 거부가 확산될 경우 조사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쿠팡의 대응을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조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직권조사 결정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과 현장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쿠팡은 19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의 조사 시도를 모두 거부했다. 조사 대상 기업이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공정위의 조사권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까지 보면 쿠팡의 무리한 대응으로 사건을 정리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는 공정위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쟁점은 행정조사기본법의 ‘7일 전 사전통지’다. 법은 원칙적으로 현장조사에 앞서 조사 대상자에게 7일 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은 이 규정을 근거로 공정위가 조사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사전에 조사 사실을 알릴 경우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근거로 맞서고 있다.
공정위의 논리에도 이유는 있다. 불시에 확보해야 할 자료를 조사 일정까지 미리 알려준다면 자료 삭제나 은폐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기업 내부의 전산자료나 거래 기록이 중요한 조사라면 사전통지가 오히려 조사 자체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시조사의 필요성과 별개로, 문제는 그 예외를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공정위 조사에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그동안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근거가 충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행정기관의 관행과 법률상 권한은 구분해야 한다. 강력한 조사권일수록 행사 기준과 절차 역시 명확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 소비자기본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을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사권을 둘러싼 법적 공백이 실제 현장 충돌로 이어진 뒤에야 제도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나온 셈이다.
공정위가 조사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기업의 협조를 요구하기에 앞서 그 권한의 근거부터 분명해야 한다. 반대로 기업 역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가 쿠팡과 공정위의 힘겨루기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누구의 승패를 가르는 데 그치기보다, 앞으로 기업과 규제기관이 법의 빈틈을 두고 맞서는 일이 없도록 분명한 기준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