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물적분할 7년 만에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다시 합병하는 결단을 내린 가운데 차가워진 투자자들의 반응을 마주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은 SKIET의 분할 및 합병 과정에서 효과는 누리지 못한 채 리스크를 부담하는 데 불만을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장 총괄사장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배당 재개 등의 주주환원 확대 및 분리막 사업 정상화라는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사진)이 뿔난 주주들의 달래기 위해 멈췄던 배당을 재개하고 분리막 사업 정상화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
◆ 11% 급락이 보여주는 투심, 리스크가 커졌다
8월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IET 흡수합병으로 확대된 중장기 리스크를 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9월9~23일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자회사 SKIET 합병과 관련해 주주들의 반대 의사를 접수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합병기일은 2027년 1월1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말 기준으로 SKIET 지분 53.35%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 합병에 따라 기존에 반영되지 않았던 비지배지분손실(당기순손실)을 추가로 떠안게 된다.
SKIET의 3천억 원 규모 주가수익스왑(PRS) 계약 관련 차익정산 및 매수청구대금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PRS 방식으로 SKIET 유상증자를 지원했다. PRS는 주식 기준가격을 정한 뒤 이후 실제 가격 변동에 따라 차액을 정산하는 권리·의무가 발생하는 계약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부담 규모를 2~3천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합병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면서 발생하는 지분 희석(2.6%), SKIET의 단기 추가 손실, SKIET를 향한 추가 현금투입 가능성 등이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여겨진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물적분할했던 상장 자회사를 흡수합병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4월 기존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SKIET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7년 8개월여 만에 다시 사업부문으로 품는 것이다.
물적분할이라는 방식 탓에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은 분할 당시 SKIET 주식을 받지 못했고 이후 중복 상장 디스카운트(할인) 탓에 SKIET의 기업가치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장 마감 이후 SKIET 흡수합병 계획을 공시했고 26일 주가가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 주식은 26일 11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전날보다 11.0% 빠진 것이다. 27일에는 0.72% 오른 11만2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27일 SK이노베이션 보고서에서 “(전날) 주가는 중장기 리스크 확대를 반영했다”며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의 부진과 재무위험을 신주 희석 및 자금 부담의 형태로 다시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26일 SK이노베이션 보고서에서 “물적분할 뒤 재합병에 따른 거버넌스 우려는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 배당 확대와 분리막 사업 정상화 필요성 커진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를 흡수합병해 재무 안정성, 사업구조 효율화 및 경쟁력 제고 등의 효과로 중장기 주주가치가 증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합병 뒤 분리막 사업 관련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각종 중복·금융비용 등을 축소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 역량과 SKIET 제품개발 역량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직의 통폐합 등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600억 원 규모로 예상했다.
다만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장용호 총괄사장이 직접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특히 전년도에 실시하지 않았던 배당을 다시 재개할지 여부가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사업재편 영향으로 연결기준 순손실 5조4364억 원을 기록했고 이런 재무악화를 이유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023년과 다르게 2024년 배당을 재개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배당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2026년에는 정유 업황 개선과 SK온의 깜짝 실적 개선 등을 더해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이다. 2025년과 비교해 배당 여력은 생겼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1~6월 순이익 9696억 원을 거뒀다.
윤재성 연구원은 “업황 호조에 따른 이익 증가분을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 환원할 구체적 정책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분리막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SKIET가 오랜 부진을 딛고 실적을 정상화하는 일도 장 총괄사장이 빠르게 달성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SKIET는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SKIET는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501억 원을 낸 뒤 2024~2025년 2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2년 동안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5374억 원에 이른다.
SKIET는 2026년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1367억 원을 냈다.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IET의 1분기 가동률은 20% 수준에 머무를 정도로 악화한 경영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SKIET의 흑자전환 시점을 2029년으로 바라보고 있다. 합병을 통해 수익 창출력 개선 및 시너지를 통해 목표 시점을 달성하는데 힘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SK이노베이션 보고서에서 “SKIET 합병은 양면적 측면이 있는데 적자가 지속하는 동안에는 기존보다 지배주주순이익 부담이 커지지만 반대로 흑자전환 이후 이익 역시 온전히 SK이노베이션에 귀속된다”며 “향후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서 중요한 부분은 합병 자체보다 SKIET의 분기 적자 축소 속도, 가동률 상승, 신규 수주 등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온라인 합병발표 설명회에서 “합병이 완료되면 분리막 사업과 관련한 지배와 관리 체계가 단순화하고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안에서 사업을 더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을 통해 비용 절감이 이뤄지면 분리막 사업의 수익성과 현금 창출력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