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에서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신생정당이 주목받고 있다. '팀 미라이'는 올해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신생정당으로는 처음으로 11석을 확보하면서 이변을 연출했다.
팀 미라이는 35세 AI 엔지니어이자 과학소설(SF) 작가 출신인 안노 다카히로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과 코딩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보수적 일본 정치 환경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최근 안노 다카히로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해, 그가 그리는 일본정치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창당 후 9개월간 얻은 결과는 저희의 역량이라기보다 "정치는 바뀔 수 있다"라고 믿고 싶어 하는 분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결과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실현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공약(공약집/마니페스토)에 제시한 정책들이다. 사회보험료 인하, 양육 지원, AI를 비롯한 신산업 투자를 통해 "미래는 밝다고 믿을 수 있는" 일본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현과 정착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다듬으며, 오픈된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검증해 수정한다. 그리고 이 피드백 루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일본 정치의 당연한 일상으로 만들고 싶다.
그 과정에서 당의 의석수는 수단일 뿐 목적이나 목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만든 시스템이 다른 정당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활용되어 일본 정치 전체의 의사결정 질이 향상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안노 다카히로 대표는 팀 미라이를 2025년 5월 창당했다. 안노 대표는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5위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이름을 알린 뒤, 2025년 7월 참의원(상원 격)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일본 정치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당시 득표율 2.6%를 넘겨 정당 요건을 충족했지만, 의석은 안노 대표 1인에 그쳤다.
팀 미라이와 안노 대표가 이뤄낸 진짜 돌풍은 2026년 2월 중의원(하원 격) 선거에서 일어났다. 목표였던 5석의 두 배가 넘는 11석을 단숨에 확보하며 창당 9개월 만에 원내 유력 정당으로 도약한 것이다.
팀 미라이는 평균 연령 39.5세의 엔지니어·창업가 등 비정치권 전문직 후보들을 앞세워 "이념 대신 기술", "분열과 비방의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청년층과 도시 무당파 표를 흡수했다. 특히 선거 공약을 AI에 학습시켜 유권자와 2만5천 건의 정책 문답을 주고받는 등 'AI 기반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제로 구현해 보인 것이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반영되고 있다.
첫째, 공약집 자체를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공개하여 챗봇과의 대화 등을 통해 누구든 개선 제안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거 기간 중에도 시민들의 제안을 실제로 반영하여 수정한 적이 있다.
둘째, 국회 활동 및 당 운영 정보 공개를 통해 피드백을 받는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의회에서 논의되는 법안 내용을 알기 쉽게 해설함과 동시에, 법안에 대한 의견을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는 '미라이 의회'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미라이 의회에 접수된 당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실제 의회에서 질의를 진행하고, 정부 답변을 끌어내어 정책을 움직인 실사례도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미라이 의회에 접수되는 의견은 한 사람이 여러 건을 작성할 수 있는 상태이다. 향후 '마이넘버'(일본의 주민등록/본인인증) 인증 시스템 등과 연계해, 1인이 대량으로 의견을 투고하는 등의 문제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팀 미라이는 공약집(마니페스토) 전문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쓰는 협업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통째로 공개했다. 원래 프로그래머들이 코드를 함께 수정하는 공간인데, 이를 정책 문서에 적용해 누구나 조항 하나하나에 수정 의견을 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선거 기간 중 시민 제안이 반영돼 공약이 수정된 사례가 있다.
'미라이 의회'는 일본 의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을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고, 시민이 온라인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만든 팀 미라이의 자체 플랫폼이다. 접수된 의견을 실제 국회 질의에 활용해 정부 답변을 끌어낸 사례도 나왔다.
일본의 '마이넘버'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일본의 개인식별번호 제도로, 2016년부터 시행돼 세금·사회보장 등 행정 절차에 쓰인다. 팀 미라이가 미라이 의회 인증에 마이넘버를 연계하려는 이유는,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의견을 중복 제출할 수 있어 여론이 왜곡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넘버로 본인 인증을 하면 '1인 1의견' 원칙을 지킬 수 있어, 여론 조작 없는 신뢰할 만한 시민 참여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3. 최근 일본 왕실전범 개정을 계기로 다카이치 내각과 자민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이 사안에 대해 팀 미라이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또한 이러한 민심의 변화가 향후 일본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의 지지율 변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무당파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배경에는, 새 정권에 대해 처음에는 기대를 모으지만 결국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라는 실망감이 쌓여가는 구조도 있지 않을까 싶다.
팀 미라이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정치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정치와 돈' 문제를 비롯해 유사한 문제가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책 결정에 반영할 것인가 등 정치 구조 자체의 과제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팀 미라이는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을 구조적으로 파악하여 시스템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을 중시한다. 국민이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정치 의사결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대해 앞으로 더욱 구체적인 노력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저희가 새로운 시스템과 실천 모델을 먼저 구축함으로써 다른 정당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확산되고, 일본 정치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올해 7월 일본 의회는 79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왕실전범(왕실 관련 법)을 개정했다. 핵심은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실에 남을 수 있게 하면서도, 실제 왕위 계승은 여전히 남성에게만 허용한 것이다.
대신 1947년 왕실을 떠난 옛 왕족 가문의 남성을 양자로 들여, 그 아들에게 왕위 계승 자격을 주는 우회적 방식을 택했다. 왕의 친딸이 있어도 촌수가 먼 옛 왕족의 아들에게 승계권을 준 셈이라 "명분은 왕족 수 부족 해소지만 실제로는 여성 승계를 원천 배제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 개정안이 강행 처리된 직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 지지율은 언론사별 여론조사에서 7~12%포인트씩 급락했고, 일부 조사에서는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비지지율보다 낮아지는 '데드크로스'까지 나타났다.
일본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개정안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본인도 "하락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여론 이반이 예상 밖으로 컸다.
자주 오해받곤 하지만, 저희는 결코 젊은 세대 유권자만을 바라보는 정당이 아니다.
다만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사회보험료를 중심으로 아무리 일해도 실수령액이 늘지 않고, 부담이 현역 세대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미래의 전망을 세울 수 없다는 구조적인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는 사회보장의 주요 재원이므로, 감세분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짐을 넘기는 꼴이 된다. 물가 대책으로서 효율성도 떨어지며, 혜택은 소비액이 큰 고소득층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그리고 한 번 내린 세율을 다시 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대체안으로서 소득에 따라 필요한 사람에게 자동으로 전달되는 급여 지급(지원금)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물가 문제의 근본에는 생산성 정체가 자리 잡고 있으므로, AI·로봇·자율주행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로 공급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로 걷은 돈을 법으로 정해 놓고 전부 연금·건강보험·노인 요양 같은 사회보장 비용에만 쓰도록 돼 있다. 그래서 소비세를 깎으면 그만큼 정부가 복지에 쓸 돈이 줄어들고, 이 부족분은 결국 나중에 세금을 더 내야 할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지금 일본 직장인들이 월급에서 떼이는 돈 가운데 소비세보다 사회보험료(4대 보험 같은 것)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 20~30대 가구는 30년 전보다 세전 월급은 늘었지만,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떼고 실제 손에 쥐는 돈(실수령액)은 오히려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월급은 오르는데 보험료로 더 많이 빠져나가니 "일해도 남는 게 없다"는 불만이 커진 것이다.
팀 미라이는 이 문제의 해법으로,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소비세 인하 대신, 부담이 큰 사회보험료를 낮추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만 정부가 직접 돈을 지원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 논의는 장비나 병력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쉽지만, 실제 전선은 사이버와 인지(Cognition) 영역에서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또한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이버 공격의 비용과 장벽이 크게 낮아졌고, 가짜 뉴스 및 허위 정보 유포 공작의 자동화도 가능해졌다.
이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장에 대해서도 방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노 대표는 생성형 AI 등장 뒤, 각 국가들이 무기나 병력으로 상대를 직접 공격하는 방법 대신, 사람들의 인식과 판단자체를 조작해 국가나 사회의 의사결정을 흔드는 전쟁방식인 인지전쟁(Cognitive Warfare)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엔 대규모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가짜 뉴스 제작이 이제 클릭 몇 번으로 고해상도 영상까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사이버 공격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해킹도구 제작과 자동화가 쉬워져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됐다.
안노 대표는 장비와 병력 중심의 안보 논의에 못지않게 사이버와 인지영역에 대한 방어가 중요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한국은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 현상, 급격한 기술 변화 대응 등 동일한 과제를 매우 유사한 형태로 안고 있는 이웃 나라이다. 동시에 한국은 디지털 정부 및 시민 참여 실험에서 세계를 선도해 온 국가이기도 하다. 배울 점이 매우 많으며, 저희의 노력과 시도 또한 투명하게 공유해 나가고자 한다.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A안을 선택할 것인가, B안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을 넘어, 국민 누구나 참여하여 'C안'을 함께 만들어내고 개선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는 일본이라는 틀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 신생정당 팀 미라이를 이끄는 안노 다카히로 대표는 1990년 12월1일 태어나 일본 카이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교 공학부 시스템창성학과를 졸업했다. 시스템창성학과는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형 리더'를 키우는 학과다.
일본 매체 슈칸 겐다이에 따르면 안노 대표는 대학에서 일본 정부 'AI 전략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마츠오 유타카 교수 연구실에서 AI와 머신러닝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 졸업 뒤에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고, AI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기업인으로서 면모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노 대표는 AI를 주제로 한 스릴러 SF소설 '서킷 스위처'로 제9회 하야카와 SF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연재기사
인기기사
- 1 민주당 김민석, 조국혁신당 대표 면전에서 "이중당적 문제 정리하겠다" : 조국혁신당 "갈등 확대할 언급"
- 2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이건수 "장미란 사건에 왜 보완수사권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 성인이 실종되면 '가출'로 분류
- 3 이재명 노웅래에게 민주당 공천 배제 공개 사과 "증거는 부스럭 소리밖에 없다" : '뉴이재명' 강수영 변호사는 "100% 받았다"
- 4 [미디어토마토] 이재명 긍정평가 40%로 최저치, 민주당 지지도 동반 하락 : 이 와중에 조국혁신당 6.2%로 반등
- 5 [허프 생각] 실종 장미란 추정 주검 104일 만에 발견 : 광주 장윤기 사건 이어 '경찰 신뢰' 바닥
- 6 민주당 박지원, '이재명 비판' 유시민에 독설 "내란세력으로 가라" : 2017년 '문재인 비판' 떠오른다
- 7 유시민이 던지는 세 가지 질문 : "명픽은 왜 떨어졌나, 민주당은 왜 저러나, 이 대통령은 왜 그럴까"
- 8 '위라클' 박위 CCTV 공개 논란이 불붙인 '장애인과 함께 살기' : 일상 보여주는 '장애인 유튜버들'이 귀하다
- 9 조국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완화에 직격 : "김민석 대표와 민주당은 1%를 위한 정치를 하나"
- 10 강원지사 우상호가 낸 '대법관 제청 청와대 패싱' 해법 : "손봉기 판사가 먼저 고사하고 재협의"
최신기사
-
보이스 [허프 인터뷰] 일본 정당 '팀 미라이' 대표 안노 타카히로 "AI 기술 접목해 일본 민주주의 도약시킬 것"자민당 '70년 철옹성'에 균열 낼까
-
씨저널&경제 AXA손해보험이 고령인구 20% 시대에 종합보험으로 보장 강화한다 : 응급실 내원비부터 간병인 지원까지전체 일반가구의 11%가 고령 1인 가구
-
뉴스&이슈 "방산 수출 전용 무역보험 신설, 수출금융 지원 강화" : 민주당 김병주 국힘 유용원 'K-방산 수출강화 패키지법안' 공동발의여야 국방전문가 맞손
-
글로벌 IMF 총재 게오르기에바 글로벌 경제 요약 : "중동발 공급 충격과 AI가 유발한 수요 충격 사이에서 줄다리기 중"10월 방콕 IMF 새 경제 전망 발표 앞서
-
영상 [영상] "통장 잔고인가 미래 가치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의 결혼시장 '인기'에 관한 질문들"돈 보고 결혼합니까?" 현실 vs 속물
-
씨저널&경제 파라다이스시티 9.81파크와 손잡고 영종도 관광 띄운다 : 숙박·예술·공연에 'AI 레저' 추가영종도 체류형 관광 승부
-
뉴스&이슈 민주당 김민석 '대통합추진단' 출범, "진보·중도·보수 한그릇에 담겠다" : 추진단의 과반은 친석계조국혁신당은 불편, 보수 쪽은 "미지의 백사장"
-
씨저널&경제 LS전선 재생에너지·전력망 확대로 수혜 : 구본규 국내 유일의 해저·지중 초고압직류송전 사업 수행 경험으로 주도권 쥔다국내 모든 HVDC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
-
씨저널&경제 '메가 프로젝트' '모두의 AI' 이어 'AI 민주정부'도 등장, 이재명 정부의 끝없는 AI 드라이브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AI 민주정부'
-
뉴스&이슈 민주당 박지원, '이재명 비판' 유시민에 독설 "내란세력으로 가라" : 2017년 '문재인 비판' 떠오른다2017년 "문재인은 제2의 박근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