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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광주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에 이어 제주에서 실종자 관리 부실 문제 터지면서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있다. 

일부 경찰관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경찰 전반의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문제가 된 경찰관에 대한 처벌로 그칠 게 아니라 경찰 조직 전체의 시스템을 정밀하고 점검하고 체계적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프 생각] 실종 장미란 추정 주검 104일 만에 발견 : 광주 장윤기 사건 이어 '경찰 신뢰' 바닥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미란(37)씨(왼쪽)와 장씨 관련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A경장. ⓒ연합뉴스

24일, 지난 5월 15일 제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장미란씨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의 실종과 사망은 그 자체로 안타까운 비극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사람의 실종 사건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실종자의 안전을 어떻게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가 함께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실종자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5월15일 장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담당 A경장은 약 2시간 30분 만에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장이 제대로 대처했다라면 장씨가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또는 실종 104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는 어이없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A경장은 자신이 담당했던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도 장씨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건을 자체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의 생명과 안전을 확인해야 할 경찰의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A경장 한 사람의 일탈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5일 발생한 '장윤기 여고생 살인 사건'에서도 경찰 내부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장씨의 부친이 현직 경찰 간부라는 점을 이용해 수사 상황과 구속영장·압수수색 계획 등이 전달되고, 면회와 통화 편의까지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친이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을 가져가 폐기하는 과정에서 수사팀이 이를 방조하거나 교사했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최근에 벌어진 경찰의 부실수사와 비위 논란은 더 있다. 2024년 필라테스 강사 출신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장 송모 경감은 양씨 남편으로부터 룸살롱 접대와 명품 스카프 등 금품과 향응을 받고 사건을 무마한 혐의를 받았다. 송 경감은 지난 20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건의 성격이 서로 다르고, 모두 특정 개인의 일탈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들 경찰관을 처벌하면 끝나는 문제일까.

[허프 생각] 실종 장미란 추정 주검 104일 만에 발견 : 광주 장윤기 사건 이어 '경찰 신뢰' 바닥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문제가 발생했다면 해당 경찰관 개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문제 경찰관 한 명’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왜 그런 사람이 계속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는지, 반복되는 이상 징후를 조직은 왜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는지, 내부의 감시와 견제 장치는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요컨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히 제주 장씨 사건을 담당한 A 경장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A 경장은 2023년 가정폭력 신고와 관련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불문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6월에는 경찰서 내부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직위가 해제된 상태였다. 경찰 조직이 구성원의 반복되는 '일탈 위험 신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대형 사고'로 돌아온 셈이다. 

위험 신호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징계와 경고, 반복되는 민원과 문제 행동이 쌓이는 과정에서 조직은 해당 구성원에게 추가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경찰관 개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경찰 내부의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한 경찰청 관계자는 실종 신고의 경우 '대면 확인'이 원칙이고, 사건을 종결할 때 과·팀장의 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와 확인 내용까지 모두 허위로 작성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아무리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어 놓더라도 이를 허위로 기록하는 행위를 걸러낼 독립적인 검증 장치가 없다면 제도는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허프 생각] 실종 장미란 추정 주검 104일 만에 발견 : 광주 장윤기 사건 이어 '경찰 신뢰' 바닥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의 부실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순환인사제 도입과 내부비리수사대 신설, 외부 감시기구 설치 등을 통해 경찰 신뢰를 근본적으로 회복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압수수색과 피의자신문, 증거 목록 등을 전산으로 실시간 기록하고 이를 검찰과 감찰기구가 공유하는 방안,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알리는 제도, 불송치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장치 등 실질적인 통제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강제·과잉 진압 논란이 이어졌고, 2010년대 이후에도 성비위와 음주운전, 금품수수 등 경찰관 비위 사건이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경(警)'을 개를 뜻하는 '견(犬)'으로 바꾼 '견찰'이라는 조롱 섞인 표현까지 온라인에서 고착됐다. 이는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이 단순히 최근 몇 건의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이 검찰의 역할과 권한이 크게 변화하면서 국민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경찰을 향하고 있다. 수사와 치안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경찰이 신뢰를 잃는다면 그 여파는 특정 경찰서나 개별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사법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잘못했는가'를 찾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런 잘못이 가능했는지, 누가 이를 감독했어야 하는지, 감독 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비슷한 문제가 다른 경찰서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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