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이틀 뒤인 지난 19일 김민석 대표와 경쟁자였던 정청래·송영길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한 데 이어 25일 김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신임 지도부와 만난다. 오는 28일에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할 함께 나눌 예정이다.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여당과 세 차례 만나는 셈이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의 방향을 공유하고 민생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특히 9월 정기국회를 앞둔 만큼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입법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는 필요하다.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만큼 여당이 과연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건강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은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민심을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토마토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40.0%로 2주 전보다 4.2%포인트 하락해 최저치를 경신했고 부정평가는 54.9%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동반 하락해 39.8%로 집계됐다. 조사기관과 방식에 따라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최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 기반이 약해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여권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잘한다고 평가를 받던 집권 1년 초반 때 기준을 가지고 얘기한다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다만 이 대통령 지지층의 붕괴라고 보기엔 '세모'(불확실)로 보여진다"라고 평가했다.
정치인과 당은 지지율이 높을 때가 아니라 흔들릴 때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야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정책 추진에도 큰 마찰이 없지만 지지율이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대체 무엇에 실망하고 있는지 바닥의 목소리를 찾아야 하고, 추진 중인 정책의 어느 부분이 오판이었는지 매섭게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듣기 불편해하는 진실을 가감 없이 전달할 '레드팀'의 역할이 절실하다.
유시민 작가는 24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에 출연해 "지금 청와대에도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참모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멀리서 비판하는 나같은 사람도 적대하는데 누가 (직언을) 하겠나. 그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역할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무겁게 해야 할 주체들이 바로 여당 의원들이다. 진정한 원팀이란 '모두가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조직'을 뜻하지 않는다. 거대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배가 잘못된 항로로 들어서려고 할 때 “대통령님, 그 길은 아닙니다”라고 당당히 직언할 수 있는 조직이 진짜 ‘원팀’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연이어 회동을 앞두고 오롯이 원팀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불안감이 앞선다.
친정청래계 최고위원인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25일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 관해 "우리 대통령님을 중심으로 정말로 당정청까지 하나가 원팀이 돼서 우리 정부를 위해서 성공해야 된다 이런 걸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아주 화기애애하고 당정청이 하나 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과 여당의 연이은 만남 속에서 과연 누가 지지율 하락의 진짜 원인을 두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 뼈아픈 비판을 넓은 아량으로 수용하는 대통령의 진짜 리더십이 발휘되는지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에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는 이롭고,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다"는 말이 나온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듣기 좋은 말보다 듣기 싫은 말이, 박수보다 쓴소리가 오히려 국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가까워지는 것이 당정 협력이라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여당의 존재 이유다. 지금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마주 앉아 면전에서 쓴소리를 낼 수 있는 여당 의원이 과연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2일과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